작년 4분기 성장률 ‘0%’ 근접…저성장 고착화 우려

작년 4분기 성장률 ‘0%’ 근접…저성장 고착화 우려

입력 2015-01-23 12:28
업데이트 2015-01-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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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세수 결손에 따른 정부의 건설투자 부진, 윤달에 따른 결혼시장 위축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도 있다고 하지만 1천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의 소비 제약, 흔들리는 수출 경쟁력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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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근접한 작년 4분기 성장률
‘0%’ 근접한 작년 4분기 성장률 23일 서울 종로5가 동대문 시장 주변에 운송용 오토바이가 화물을 기다리며 정차해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GDP 속보’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은 9개분기 만에 0.5% 아래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GDP 속보’에서는 이런 구조적인 취약성이 수치로 불거졌다.

일단 작년 4분기 성장률은 9개분기 만에 0.5% 아래로 추락했다.

분기 성장률은 2012년 3분기 0.4%에서 2013년 3분기 1.1%까지 상승세를 타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작년 2분기에는 0.5%로 떨어졌다. 이어 작년 3분기(0.9%)에 잠시 회복되는 듯했으나 결국 2012년 3분기와 같은 수준이 됐다.

작년 4분기보다 분기 성장률이 더 낮은 가장 가까운 시기는 2009년 1분기(0.1%)다.

성장세가 힘을 잃은 모습은 한국 경제의 양 날개인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불거졌다.

◇ 민간소비 증가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7%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0.2%) 이후 5년만의 최저다.

민간소비는 2010년 4.4%로 정상화됐다가 2011년(2.9%)과 2013년(2.0%)에는 2%대로, 그리고 지난해는 1%대로 낮아진 것이다.

단순히 세월호참사에 의한 심리 위축이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윤달에 의한 결혼시장 위축 등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간소비의 위축에는 성장의 과실이 가계보다는 기업에 쏠리면서 나타나는 가계 소득 증가세의 부진, 가계부채의 소비제약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1만5천건 가량의 결혼식이 전분기로 앞당겨지거나 일부는 다음 분기로 미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윤달의 소비 위축 영향 등을 설명하고서 “기본적으로는 가계부채 등 요인 때문에 민간소비가 위축돼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계가 1년간 번 돈으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비율은 지난 9월말 현재 역대 최고인 137%로 치솟았다.

소득에 비해 이자나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지다 보니까 소비 여력이 제한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해되면서 노후 불안이 커지는 점도 소비를 제약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이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은 빠르게 늘고 있어 이 비율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 ‘버팀목’이던 수출·제조업 마이너스 시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 돼어준 수출 제조업이 심상치 않다.

작년 4분기 재화 및 서비스의 수츨은 0.3% 줄어 작년 3분기(-2.2%)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이 2개 분기 연속 줄기는 금융위기 때(2008년4분기∼2009년1분기) 이후 처음이다.

수출의 비중이 큰 제조업은 수출 감소에 따라 마찬가지로 역주행했다. 제조업의 GDP는 작년 4분기 0.3% 줄어 작년 3분기(-0.8%)이어 감소세를 보였다. 역시 금융위기 때(2008년4분기∼2009년1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 경제의 한축인 수출의 균열 조짐은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수출(통관기준)은 0.4% 줄었다.

더욱 큰 문제는 통관에는 잡히지 않지만 한국 경제의 주요 소득원인 가공무역이나 중계무역 등 무통관 무역 부문에서 더욱 큰 위축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정영택 국장은 “중국의 규제 등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무통관 수출 영역이 빠르게 악화됐다”며 “대 중국 수출이 둔화하면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제조업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유의해서 볼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 갈수록 커지는 저성장 고착화 우려

한국 경제가 최근 활력이 떨어진 모습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다만, 최근 경기 부진의 원인을 보는 시각에 따라 병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나 한은은 경기가 회복세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면서 저성장의 고착화를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 상태라면 경제가 계속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이 예산을 짤 때보다 계속 낮아지면 세수부족은 구조적인 문제가 된다”면서 현 경기상황을 “만성적 저성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저유가, 환율 효과가 있어서 분기별 1%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는 보인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수요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약해서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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