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평창 학교’의 3년 11개월/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세종로의 아침] ‘평창 학교’의 3년 11개월/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입력 2014-02-27 00:00
수정 201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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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소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감동과 아쉬움을 함께 안겼다. 선수단은 개선했고 매체들은 일제히 ‘4년 뒤 평창’을 걱정하며 최선의 준비를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체육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거나 깜냥에 어울리지 않는 숙제를 받아들었음을 잘 알고 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교장 선생님은 4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자랑하는 경시대회가 한창일 즈음, 몇몇 반 학생들의 행동을 문제 삼아 점잖은 경고성 발언을 했다. 교장의 말씀을 새겨들은 교감 선생님은 대회가 끝나기 며칠 전 ‘돌아오면 보자’고 공표했다.

생활지도부장은 한 반의 실태를 콕 집어 채찍질을 공언했다. 그런데 이 학교는 4년 뒤 같은 경시대회를 치른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3년 11개월은 정말 길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다.

문제가 복잡한 것은 교장 선생님이 일일이 사안을 재단하고 문제를 바로잡기엔 학교 사정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 학교를 거쳐 간 교감들은 평소 교사나 학생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심지어 퇴직한 뒤 교사들이 하던 직무에 슬쩍 끼어든 교감들도 적지 않았다. 힘센 부류이거나 그와 연이 닿는 교사의 반에는 더더욱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건, 특히 ‘비정상의 정상화’를 겨냥한다면 더더욱 행동 주체들의 정당성이 앞서야 한다. 예산 편성과 승인 절차 등을 통해 수십 년 동안 통제하고 관리해 오던 이들이 갑자기 낯빛을 바꾸니 채찍질을 받는 이들은 억울할 수밖에.

그렇다고 교장이나 생활지도부장이 심하게 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국제기구에서 다 살펴보고 정말 심하다 싶으면 대회 참가 자격을 시비할 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랬다가 슬쩍 풀어준 전례가 있었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우리 정치권이나 검찰, 언론이 구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보다 결국은 몇몇 반 교사만 혼내고 아이들에게 손찌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 것이란 걸.

맨 처음 개혁의 고고성(呱呱聲)이 울려퍼진 뒤 서너 달이 흘렀다. 그동안 들려온 일의 진전이란 교감들의 과거에 구린 구석이 있고, 바깥의 눈도 걱정되니 적당히 구색 갖춘 위원회나 만들어 주체를 물타기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 불길함은 더욱 짙어지기만 한다.

그러지 않아도 교장 선생님은 더 크고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 보겠다고 단도리를 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교장이 이런 문제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이른바 격(格)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일의 진전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한마디씩 던질 것이다. 그러면 그 한마디는 부러 그렇게 만들어진 ‘다연발 최루탄’처럼 방향과 침로를 잃은 채 모든 주체들에게 생채기를 입힐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 방송사의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도 끝났다. 진정 체육계에 건네져야 할 것이 아닐까 싶다.

bsnim@seoul.co.kr
2014-02-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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