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골리안 텐트/허수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골리안 텐트/허수경

입력 2017-01-20 17:52
업데이트 2017-01-20 18:5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몽골리안 텐트/허수경

숨죽여 기다린다

숨죽여, 이제 너에게마저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척을 내지 않을 것이다

버림받은 마음으로 흐느끼던 날들이 지나가고

겹겹한 산에

물 흐른다

그 안에 한 사람, 적막처럼 앉아

붉은 텔레비전을 본다

마음이 썩는 곳은 어디인가. 열정의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음에 찾아오는 저 온전한 고요. ‘기다림’의 이유였던 ‘너’에게조차 ‘나’를 들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따라가 본다. 시인은 짧게 말한다. “버림받은 마음으로 흐느끼던 날들이 지났다”고. 그리하여 비로소 ‘겹겹’의 산중에서 썩은 마음이 ‘물’처럼 흘러내린다고. 그래서 이 시는 우연히 발생한 단면적인 서정이 아니라 겹겹으로 곰삭고 다져진 시간과 공간의 서사가 된다. 유랑의 먼 길을 돌아온 마음이 어느 순간 맞닥뜨린 찰나의 절대고독 같은 것. 그러나 정작 이 시가 숨 막히는 이유는 무심한 듯 던져 놓은 마지막 연에 이르러서다. 적막조차 생활로 받아 안는 저 무서운 고독의 이미지.

신용목 시인
2017-01-21 22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