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쌀밥/장성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쌀밥/장성희

입력 2019-07-25 17:46
수정 2019-07-26 02: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물-福 / 이종구
물-福 / 이종구 160×158㎝, 한지에 아크릴릭, 2002
민중화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쌀밥 / 장성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립다 하며 빈 수저를 핥는다

식욕을 물려받고 수저 쥐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잊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답지 않던 모든 시절을 믿는다

당신의 손에는 너무도 많은 물이 담겨 있다

잡으려 할 때마다 파문이 일고 자리마다 검버섯이 자란다

기어코 손등까지 차오르던 고요

당신에게 건넬 말을 물고 오물대던 순간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먹을 수 있을까

묻던 말만 가득 담긴

빈 그릇 빈 수저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 말고 친척집에서 꼴머슴을 살았다. 소 풀을 뜯기고 나무하는 것이 일이었다. 갈퀴나무. 떨어진 솔잎을 갈퀴로 긁어모아 라면 박스 크기로 묶어 애기지게로 날랐다. 갈퀴나무는 화력이 참 좋았다. 바가지 하나의 분량이면 가마솥 밥을 할 수 있었다. 아궁이 속의 갈퀴나무가 환하게 불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엄마가 밥을 얹힐 때 손바닥을 쌀 위에 펴서 물을 맞추는 모습은 늘 신기했다. 당신의 손에는 너무나 많은 슬픈 물이 담겨 있다. 나는 나의 아름답지 않던 모든 시절을 믿는다는 시인의 잔잔한 목소리. 이 젊은 시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곽재구 시인
2019-07-2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