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달맞이꽃 천지/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달맞이꽃 천지/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입력 2017-08-17 20:48
수정 2017-08-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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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 가장자리 길섶과 비탈진 언덕을 따라 달맞이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제방 여기저기서 군락을 이룬다. 밤이 되면 피기 시작하고 낮이 되면 지는 꽃, 그래서 달맞이꽃을 야화(夜花), 월견초(月見草), 야래향(夜來香)이라고 했던가. 밤이 되면 생기가 솟는 ‘밤의 꽃’은 강인한 것 같지만 실은 애처로운 존재다.

이른 아침 산책길은 청초한 모습을 간직한 달맞이꽃 천지다. 이따금 개망초의 하얀 꽃들이 드문드문 피어 있긴 하지만 무리 지어 피는 달맞이꽃의 위세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한다. 여름 내내 키가 자라 노란 꽃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달맞이꽃은 소리쟁이, 진동싸리, 박주가리, 벌노랑이 등 다른 풀꽃을 아래로 굽어보고 있다.

들꽃도 저마다 절정의 시기가 있다. 4계절 공릉천변을 걷다 보면 이른 봄엔 민들레, 제비꽃, 꽃다지 등속이 그들의 세상을 구가하고 늦은 봄엔 애기똥풀이 왕성한 노란색의 군락을 자랑한다. 사람도 저마다 인생의 절정기가 있을 것이다. 들꽃도 사람도 절정기는 짧은 법이다. 그 절정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갈린다.

2017-08-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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