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 교수
또 하나의 주요한 의미는 지금까지 기후변화 관련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망설이던 주요 에너지 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투자의 자신감과 정당성을 주게 돼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산업 구조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이 가속될 것이다.
특히 빌 게이츠나 저커버그 등 억만장자들이 중심이 돼 매년 수조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 거대한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요한 협약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부딪힌다. 이번 기후변화 협약 체결은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우리가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에 큰 축복이 될 수 있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전환시킨 것은 바로 기술 혁신 특히 에너지와 통신 분야의 기술 혁신이었다. 인쇄술의 발달은 봉건사회의 종말을 가져왔고 증기엔진의 발명은 노동의 생산성을 배가시켜 제1차 산업혁명의 단초를 제공했다.
내연 기관의 발명은 자본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면서 제2차 산업혁명의 탄생을 가져왔으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문제를 야기했다. 인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해결책에는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화석연료 사용의 대폭 감소도 해법으로 제시되겠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통신과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통신기술인 인터넷의 창조적 파괴를 이용해 마지막 생산 요소인 자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접근 방법이 모색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성공할 경우 파리협약은 사회·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신의 한 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통신·에너지·수송 시스템으로 구성돼 이 세 분야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서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인프라를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에 적합하게 전환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현재의 기후변화 같은 큰 국가적 이슈들이 제기돼 전 세계적으로 합의를 이루어 간다면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인터넷 기술의 창조적 파괴 능력이 더해지면 미래의 사회·경제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구조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에서 더 진화한 플랫폼 기술의 대중화가 이미 이루어져 에너지 시스템이나 수송 시스템에 적용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을 지키기 위해 내년부터 에너지 신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작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수요관리 등 새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전략이다. 기후변화 협약을 국가 대개조를 위한 신의 한 수로 이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새로운 창출되는 시장도 타이밍을 놓치면 다른 국가들에게 선점당하게 될 것이다. 올해 병신년에는 원숭이처럼 영민하고 민첩하게 에너지 신사업을 비롯한 기후변화 정책의 중요한 결정들이 이루어져 우리에게 파리협약이 국가 대개조의 큰 기회를 제공하는 신의 한 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6-01-01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