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관대한 시선 왜?…‘면죄부 안돼’ 비난 목소리도

연예인들은 불미스런 일에 휘말릴 경우 보통 ‘사과’와 함께 ‘자숙’을 택한다.

마약, 도박, 음주운전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경우 국민정서를 의식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힙합 알앤비(R&B) 가수 범키(본명 권기범·32), 래퍼 이센스(강민호·29)의 행보는 남다르다. 재판을 받는 중에도 활동을 하고, 옥 중에서도 음반을 내고 있어서다.

이 정도면 대중이 날 선 비판을 할 만도 한데 이들의 음악성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덕인지, 거침없는 힙합 뮤지션이란 이미지 덕인지, 대중적인 인지도가 주류 스타들보다 낮아선지 기존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모양새다.

◇ 범키 항소심 유죄 판결에도·이센스 수감 중 새앨범

범키는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을 투약하고 지인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지난 2014년 12월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 22일 항소심에서 투약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상고할 뜻을 밝혔다.

범키는 재판 중인 상황에서도 지난해 12월 소속 레이블 브랜뉴뮤직의 합동 공연 무대에 올랐고, 효린과 주영이 부른 곡에 피처링하고 마이크로닷의 앨범 곡 작업에도 참여했다. 지난 14일 자신의 싱글 ‘베터 맨’(Better Man)을 공개한 다음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오는 27일로 계획한 첫 정규 앨범 ‘유-턴’(U-TURN)을 예정대로 발표한다.

브랜뉴뮤직은 앨범 발매 강행에 대해 “아직은 법적인 판단이 끝난 것이 아니며 우리는 무죄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음원 출시만 하고 뮤직비디오 등을 공개하는 프로모션은 하지 않는다. 방송은 당연히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래퍼 이센스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지난해 7월 징역형이 선고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복역 중이었지만 그해 8월 새 앨범 ‘디 애닉도트’(The Anecdote)를 발표했다. 소속사 바나 측은 이미 작업해둔 앨범으로 마냥 발매를 미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재범’인 범법자가 음반을 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이센스의 앨범은 진솔한 가사와 출중한 랩 플로우로 힙합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힙합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1주일 만에 1만6천장이 팔려나갔고 지난해 말 힙합웹진 리드머가 선정한 ‘2015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 1위에 올랐다.

◇ 도덕성보다 음악성에 무게…청소년에 악영향도

가요계에선 보통 힙합 뮤지션들이 사회적인 반항을 베이스로 하는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들의 범법에 관대한 시선을 보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또 해외 힙합 뮤지션들 중에도 옥 중 앨범을 발매한 경우가 있어 힙합 문화를 향유하는 젊은층에서 이센스의 행보를 낯익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실제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 투팍(2pac)은 지난 1995년 성추행 혐의로 복역 중 발표한 앨범 ‘미 어게인스트 더 월드’(Me Against the World)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고, 미국 남부 힙합의 대부 티아이(T.I.)도 2010년 옥중에서 앨범 ‘노 머시’(No Mercy)를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힙합 레이블 관계자는 “힙합 마니아들에겐 이러한 풍경이 낯설지 않다”며 “힙합이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좋아해 도덕적인 잣대보다 예술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뮤지션의 현재 상태보다 ‘이 음악이 얼마나 쿨한가, 좋은가’란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센스 앨범에 대한 멜론 감상평에도 비판보다는 ‘명불허전’, ‘갓센스’, ‘명반’ 등 앨범에 대한 호평은 물론 ‘반성 많이 하고 좋은 가사 많이 써서 오라’, ‘출소하면 열심히 활동해주세요’란 응원 글이 다수였다.

이들의 앨범 출시가 법적으로 문제 되진 않지만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실력만 있으면 범죄쯤이야 하는 논리는 극혐(’극한의 혐오‘의 줄임말)’, ‘뭐 잘했다고 음악으로 면죄부를 주느냐’ 등의 비난도 나온다.

특히 이들이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뮤지션들이란 점에서 도덕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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