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을 살인자로 살았다…누명 벗으니 88세, 91세 누나의 눈물

58년을 살인자로 살았다…누명 벗으니 88세, 91세 누나의 눈물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4-10-09 08:03
수정 2024-10-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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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의 누나 하카마다 히데코가 2013년 5월 20일 도쿄 구치소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동생 이와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의 누나 하카마다 히데코가 2013년 5월 20일 도쿄 구치소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동생 이와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일본 전직 프로복서가 사건 발생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었다. 반평생을 동생을 위해 싸워 온 91세 누나는 눈물을 흘렸다.

일본에서 1966년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약 48년간 수감 생활을 한 사형수 하카마다 이와오(88)가 58년 만에 살인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고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이 8일 보도했다.

일본 검찰총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항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심 재판부가 ‘조작 수사’를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한 지 12일 만으로, 일본에서 확정 사형수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가 나온 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번째다.

아사히신문은 “검찰 내에서는 (수사) 조작 인정에 반발이 있었고 항소도 시야에 넣고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항소해도 무죄를 뒤집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전했다.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지난달 26일 이와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니이 고우시 재판장은 검찰이 작성한 이와오씨의 자백 조서와 의류 등 3가지 증거 살펴본 결과 수사 기관의 조작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장은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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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일가족 살해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58년 만에 무죄를 받아낸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024년 2월 8일 시즈오카현 자택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다. 2024.9.26 EPA 연합뉴스
1966년 일가족 살해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58년 만에 무죄를 받아낸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024년 2월 8일 시즈오카현 자택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다. 2024.9.26 EPA 연합뉴스


동생의 억울한 옥살이…누나는 끝까지 싸웠다‘세계 최장기 복역 사형수’로도 알려진 이와오씨는 1966년 자신이 일하던 시즈오카현 된장 공장에서 일가족 4명을 강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강압 수사로 어쩔 수 없이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980년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형 판결 증거였던 혈흔이 묻은 옷은 무죄 주장의 이유이기도 했다. 이와오씨와 사이즈가 다른 데다, 옷에 묻은 혈흔의 유전자가 하카마다씨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었다.

수사기관이 증거를 조작한 정황도 나타났다. 수사기관은 사건 발생 시점부터 9개월이 지난 뒤 수습한 옷에서 확인된 혈흔이 ‘짙은 붉은색’이라고 적시했으나, 변호인 측은 “혈흔은 1년이 지나면 검게 변하고 붉은색이 사라진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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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6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산책하고 있다. 2024.9.26 교도 AP 연합뉴스
1966년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가 26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산책하고 있다. 2024.9.26 교도 AP 연합뉴스


이와오씨는 사형과 구금에 대한 공포로 망상 장애를 겪었다. 밥을 우유로 한 알씩 씻어 먹는 등의 행동을 보였고, 누나인 하카마다 히데코(91)씨는 동생의 무죄 규명에 힘썼다. 거리를 걷기만 해도 사람들이 ‘살인자 누나’라며 수군댔고, 사건 전에 알고 있던 지인들조차 연락이 끊겼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와오씨의 정신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지면서 ‘나는 누나가 없다’, ‘면회는 천국에 가서’라는 이유로 면회를 거부하고, 10년 넘게 면회를 거부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히데코씨는 매달 편도 3시간에 걸쳐 도쿄에 있는 구치소에 동생을 보러 다녔다.

이와오씨가 의사소통이 어려워 재심에 나가지 못했을 때도 누나인 히데코씨가 모두 참석했다. 히데코씨는 마지막 심리에서 “이와오는 47년 7개월간 투옥돼 있었다. 석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금의 후유증으로 망상의 세계에 있다”며 “석방 후 회복됐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58년간 싸워왔다. 저도 91살이고 남동생은 88살이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동생 이와오를 인간답게 지내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히데코씨는 88세 동생의 무죄를 입증한 날 기자회견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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