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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약자에게 떠넘기는 코로나 시대의 혐오

[단독] 약자에게 떠넘기는 코로나 시대의 혐오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9-22 17:56
업데이트 2020-09-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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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186만 6249건
신천지 혐오 8만 6451건
대구 지역 혐오 5만 910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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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감염에 대한 공포가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로 발산되는 경향이 수치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양상에 따라 중국인, 신천지,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을 원인 제공자로 낙인찍고 혐오 표현을 쏟아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혐오가 확산하지 않도록 온라인상의 무차별적인 혐오 발언을 규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5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글을 분석한 결과 혐오에도 ‘유행’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확산 양상에 따라 혐오 표현은 대상만 바꿔 가며 계속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4주차에는 중국인에 대한 언급량이 7만 8842건이었는데 1월 5주차에는 26만 5130건으로 한 주 만에 3.4배로 증가했다. 언급량이 늘수록 부정적인 언급 비중 역시 증가했다. 1월 초에는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30%대였으나 5주차에는 언급량의 82.8%가 부정적인 표현이었다. 코로나19를 ‘우한폐렴’으로 규정하고, ‘짱깨(중국인 비하 발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등의 혐오 표현이 대부분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 확진자가 나온 2월 4주차에는 신천지와 대구 지역에 대한 언급량이 각각 2만 2770건과 9231건을 기록했다. 신천지는 ‘이단’, ‘사이비’처럼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전주인 2월 2주차(737건)와 비교하면 2주 동안 언급량이 무려 30.1배 증가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내 집단감염이 발생한 5월 초에는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 언급량이 4월 5주차 1만 7805건에서 5월 2주차 3만 819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는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은 1~5월 전체 혐오 표현 863만 2217건 가운데 69%인 594만 4004건을 차지했다.

연구소는 “세계적인 감염병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기고, 비난할 대상을 만들어 공격하는 흐름이 확인됐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언론의 노력,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를 향한 혐오표현이 ‘힘내라 대구경북 캠페인’, ‘덕분에 캠페인’으로 전환되며 혐오 흐름이 약화했다”며 “단순히 혐오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보다 새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시민들은 같은 혐오표현이라도 정치 성향, 출신지, 성별에 대한 비하를 인종, 국적, 종교, 성적 지향에 대한 비하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와 카카오·한국언론법학회가 이날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공동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혐오 표현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온라인 혐오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주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혐오에 대해 인식은 여전히 낮다”며 “전문가와 시민 간 인식의 차이를 줄이고 어떻게 규제할 건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9-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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