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억 기상청 슈퍼컴 애물단지로

550억 기상청 슈퍼컴 애물단지로

입력 2012-11-23 00:00
수정 2012-11-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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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달로 5년 쓰면 구형 8년째 가동… 年전기료 3억

기상청이 2004년 550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 2호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용 가치를 다해 ‘공짜 매물’로 내놓았지만 도통 외부의 ‘입질’이 없다. 유지·보수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탓이다.

기상청은 이달 들어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 중 슈퍼컴퓨터 2호기를 무상으로 가져가 쓸 곳이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22일 현재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공짜인데도 가져가겠다는 곳이 없는 이유는 성능에 비해 유지·관리가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미국 컴퓨터회사 크레이의 ‘X1E’ 기종인 2호기는 도입 당시에는 세계에서 16번째로 빠른 컴퓨터였다. 1초에 15조 7000억회의 부동소수점 연산이 가능했다. 그러나 2호기는 도입된 지 3∼4년 만에 5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0년에는 각각 316조회 연산이 가능한 3호기 ‘해담’과 ‘해온’에 기상청의 메인 컴퓨터 자리를 내줬다. 2호기는 3호기의 안정화를 돕고 전부터 해온 기후변화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 수행하느라 내구연한 5년을 이미 넘긴 상태다.

하지만 유지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24시간 가동하면 전기요금만 한 해 3억원가량 든다. 최소 330㎡ 이상의 전산실을 갖춰야 하고 기온과 습도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2호기와 성능이 비슷하고 몸집은 훨씬 작아진 요즘 슈퍼컴퓨터의 시세는 15억원가량이다. 아무리 공짜라도 2호기를 선뜻 가져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슈퍼컴퓨터의 운명은 원래 이런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달 초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시용으로 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2-1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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