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고 싶어도…” 설이라서 더 외로운 사람들

“고향에 가고 싶어도…” 설이라서 더 외로운 사람들

입력 2016-02-06 09:42
수정 2016-02-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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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양한 사연…“꼭 한번 가고픈 거기, 가족의 품 그립지만…”쪽방촌·보육원·양로원 사람들…경찰관·기관사·‘미생’ 직장인

“깍깍… 깍깍.”

설 연휴를 앞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의 쪽방촌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쪽방 옥상에 앉은 까치떼의 울음소리만 요란할 뿐 인기척은 거의 없었다.

골목에서 만난 쪽방 거주민 권동혁(46)씨에게 설맞이 안부 인사를 건네자 “설은 무슨 설이냐”는 농담 섞인 핀잔이 돌아왔다.

경북 예천이 고향이라는 권씨는 “할머니가 거의 100세가 다 되셨는데 찾아 뵌 지 너무 오래돼서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한번은 꼭 가야 하는데…. 마지못해 산다”고 말끝을 흐렸다.

민족의 명절인 설이지만 그리운 고향에 가려 해도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쪽방촌과 보육원, 양로원 거주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쪽방촌 주민들은 오랫동안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니 친척과 연결이 다 끊겨 고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맘때면 들려오는 ‘민족의 대이동’, ‘귀성전쟁’이란 말은 이들에겐 감흥 없는,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다.

다른 주민 황종구(49)씨는 전남 신안이 고향이지만 이제 연락이 닿는 친척이 아무도 없어서 고향이 의미가 없다.

황씨는 “설에는 보통 기업체들이 내복이나 참치캔이라도 보내줘서 위안을 삼았는데 올해는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아무것도 들어온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손에는 음식물이 든 봉투가 들려 있었다.

황씨는 “그나마 인근 뷔페집에서 거동 불편한 주민들에게 나눠주라며 음식을 싸줘서 받으러 갔다 오는 길”이라고 말하고는 골목 안으로 총총히 들어갔다.

황량한 쪽방촌 골목에는 구세군이나 쪽방인 쉼터 등이 간간이 붙여 놓은 생필품 나누기, 공동차례 안내문 등만이 비로소 설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성동구의 한 보육원은 이번 설에 유독 쓸쓸한 분위기다. 예전보다 찾아오는 발길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보육원 관계자는 “어린 아이들은 외부를 잘 몰라 대개 보육원이 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넉넉지 않지만 떡국도 만들어 먹고 전도 부쳐 먹으며 명절 기분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청운동의 한 양로원도 설에 떡국 한 그릇 차려 먹는 것으로 명절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

이곳 노인 중 명절 오후에 잠시 면회를 오는 자녀와 손자들을 만나는 이도 있지만 이내 금방 돌아가 또 여느 때처럼 다시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외박을 나가는 노인도 있지만 자녀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 불편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하루도 채 안 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양로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고향에서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도, 선물을 살 여유가 있어도 고향에 가지 못 하는 이도 많다.

경찰관과 소방관 등 국민 안전을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과 회사의 당직 때문에 연휴 기간에도 일해야 하는 직장인 등이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형사과의 황모(56) 팀장은 전북이 고향이다. 그는 명절에 고향에 못 내려간 지 10년이 넘었다. 주간·야간 근무가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근무체계는 명절에도 예외가 없고 언제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황 팀장은 “명절이라도 도저히 고향까지 갈 방법이 없어 경기도 형님댁에 들러 겨우 얼굴이나 비치고 오는 정도”라며 “직원들은 그나마 명절에 좀 쉬도록 배려하는 편이지만 간부급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동대문 승무사업소에서 일하는 김원배(47) 기관사는 설 연휴 전날 저녁을 포함해 이번 연휴에도 2호선 순환선을 돌며 서울시민의 발을 책임진다.

김씨 역시 기관사 일을 한 20여년 간 명절에는 서너번밖에 고향을 찾지 못했다.

김씨는 “혼자 계시는 어머님과 형님, 누님들이 보고싶어 하고 서운해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해주신다”며 “시민들이 고향을 간 동안 서울에 남아계시는 분들과 함께 하는 것도 보람이 있고, 이런 일 자체가 제 삶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1·여)씨는 일본 사무소와 함께 봐야 하는 업무 때문에 설 연휴에도 꼼짝없이 일거리를 떠안게 됐다.

일본은 신정을 쇠기에 구정이 없어 연휴에도 계속 일해야 한다.

이씨는 “처음에는 다소 억울했지만 둘러보면 나 말고도 명절에 집에 가지 못하고 당직 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랑과 연민의 너른 마음으로 품어주는 고향에 언제쯤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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