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대기업 구조조정 ‘회오리’

건설사.대기업 구조조정 ‘회오리’

입력 2010-06-25 00:00
수정 2010-06-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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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은행들이 25일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 가운데 건설과 조선,해운업체 등 총 65곳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 대상으로 분류함에 따라 산업계에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이 이번에 부실업체를 솎아낸 것은 정부의 강한 구조조정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더 튼튼히 하고,건설사 등의 부실이 금융불안 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면 ‘환부’를 하루빨리 도려내야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그러나 ‘부실업체’로 분류된 해당 건설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65곳 구조조정 명단…“충실히 골라냈다” 자평

 우리.국민.신한.산업.하나.농협 등 6개 채권은행들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천985개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총 65개 대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

 업종별로 건설사 16곳을 비롯해 조선사 3곳,해운사 1곳이 포함됐다.

 C등급은 총 38개사로 건설사 9곳,조선사 1곳,해운사 1곳,금속.비금속 제조사 10곳,전기전자제조 5곳,비제조업 5곳이다.D등급은 건설사 7곳과 조선사 2곳을 포함해 모두 27곳이다.

 지난해에는 건설,조선,해운업체 등 3개 업종 기업과 대기업 중에서 총 70여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바 있다.

 채권단은 C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등을 통해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이들 업체는 채권은행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맺고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M&A),경비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채권단은 D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했다.

 채권은행들은 이번에 나름대로 충실하게 부실업체를 걸러냈다고 자평했다.지난해보다 구조조정 판정을 내린 업체 수는 적지만 시공순위 50위권내 드는 대형 건설사들이 5곳이나 포함되는 등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설명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부실업체를 걸러낸데다,그 이후에도 쓰러지는 업체가 많이 나와 이번 평가에서는 C,D등급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예정된 대형사업지에 문제가 있는지,유동성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면서 “재무제표가 좋더라도 대형 사업지의 사업이 지연되거나 안 될 경우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C등급으로 분류된 일부 대형업체는 경기 지역에 진행 중인 대규모 주택사업지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들의 자평과 달리 일각에서는 좀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균관대 김태동 경제학부 교수는 “부실 건설업체에 대해 퇴출 등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종기 몇 개에서 고름을 짜고 수술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시장에서 누가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 의지 반영된 듯…이번에는 잘될까

 채권은행들이 부실업체를 솎아낸 데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그동안 채권은행들은 유동성 악화로 부도위기에 몰린 건설업체에 대해 긴급 자금 지원 등의 형식으로 ‘생명선’을 연장해줬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연이어 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치자 태도를 바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은행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이달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어갔다가 (미분양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건설사는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초체력을 기르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경기가 살아나는 지금이 구조조정을 시행할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저축은행의 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2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는 명분을 쌓기 위해 건설사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단행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권은행들이 부실업체를 골라냈지만,실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해에도 C등급을 받고도 워크아웃을 거부하거나 자구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기업들이 많았고,채권은행 역시 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을 우려해 D등급을 받은 일부 기업의 퇴출을 미루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실시된 1,2차,수시 신용위험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대기업은 건설.조선.해운 64개사를 비롯해 모두 97개 업체이며,이중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 61곳,법정관리나 퇴출대상인 D등급이 36곳이었다.

 C등급 61곳 중 워크아웃을 졸업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는 11곳에 불과하다.30곳은 MOU를 체결해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고,3곳은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으나 MOU 체결없이 실사를 받고 있다.

 특히 17곳은 경영정상화에 실패해 워크아웃이 중단돼 회생절차 등 법정관리를 진행중이다.

 D등급을 받은 36곳 중에서는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업체가 한 곳도 나오지 않았으며 모두 회생절차나 파산.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정부도 성장을 끌어올리려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면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를 비롯한 건설업 문제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이 계속되면 구조조정이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조조정 절차에 대해 효율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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