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판매은행 제재에도 논란 증폭

키코판매은행 제재에도 논란 증폭

입력 2010-08-20 00:00
수정 2010-08-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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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옵션상품 ‘키코’ 판매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무더기 징계에도 불구하고 키코 판매의 적합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번 금감원의 제재가 관심을 모았던 것은 키코 피해중소기업이 판매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향배에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약정한 구간에서 움직이면 은행이 손실을 보고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그 구간을 벗어나면 반대로 기업이 손실을 보고 은행이 이득을 보는 구조의 환헤지 상품이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키코 계약에 많이 가입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환율이 당초 전망과 달리 큰 폭으로 오르자 기업의 피해가 속출했고,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15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금감원이 키코 판매은행 임직원 72명을 대규모로 징계한 것은 은행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피해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송이 끝나고 나서 징계를 해도 될 텐데 징계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은행 직원이 징계를 받는다면 기업에 어떤 식으로든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각론을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피해기업들은 소송의 핵심쟁점에 대해 금감원이 판단을 회피하는가 하면,오히려 은행이 빠져나갈 수 있는 면죄부를 줬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키코 판매과정에서 거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쟁점을 금감원이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금감원은 은행과 기업 간 주장이 달라 수사를 통해 판단할 부분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업들은 금감원이 은행의 편에 섰다고 비판한다.

 은행이 환 헤지상품이라고 판매한 스노볼이나 피봇에 대해 위험성이 높아 환헤지에 적합한 상품이 아니라고 판단해 놓고서도 키코는 환헤지 상품으로 금감원이 인정해준 대목도 소송 과정에서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이 2008년 7월 이후 발생한 손실이전거래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기로 결정한 것 역시 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다.

 손실이전거래란 환율 상승으로 인해 키코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은행이 기업에서 피해액을 받아서 계약을 청산하는 대신 추가로 제2의 계약을 맺어 손실이 현재화하는 것을 막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은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4월 손실이전거래를 금지했으나 금융권이 법규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관행적으로 이런 거래를 해왔다고 판단해 이 규정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이 이뤄진 2008년 7월 이후 손실이전거래에만 책임을 묻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키코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계약이 2008년 7월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금감원 결정대로라면 상당수 계약이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조봉구 부위원장은 “90%가 넘는 손실이전거래는 2008년 7월 이전에 맺어졌다”며 “은행의 정확한 설명없이 체결한 손실이전거래를 통해 피해액이 몇 배로 커졌는데도 금감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몸통을 놔두고 꼬리만 자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키코 거래시 거래 상대방의 외화 유입액,즉 수출 예상액을 초과하는 계약을 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은 판매과정의 오버헤지를 인정한 것이긴 하지만 수출예상액의 125% 초과분만 문제를 삼아 이 역시 제한적 제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금융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 등 핵심쟁점의 실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건드리지도 않았다”며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금감원이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고 적극적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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