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내가 30년간 강조했는데…” 경영진 질책

이건희 “내가 30년간 강조했는데…” 경영진 질책

입력 2010-10-03 00:00
수정 2010-10-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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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부각된 ‘이건희 상생경영론’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 이하 전 사장단과 2·3차 협력사까지 망라한 ‘동반성장 대토론회’를 연 것을 계기로 이건희 회장의 ‘상생경영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지성 사장은 지난 1일 열렸던 토론회에서의 인사말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실시한) 협력사 관련 경영진단 내용을 (이건희) 회장께 보고드렸더니 ‘내가 30년 동안 강조했는데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실망하셨고 저 또한 질책을 받았다”라며 “오늘의 이 자리가 마련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지난 30년간 협력사 육성·지원을 직접 챙겨왔음에도 협력사가 다양화되고 2·3차로 분화됨에 따라 그동안 지원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면서 2·3차 협력사까지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토론회 개최를 특별지시했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지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왔는데 협력업체 단계가 2, 3차로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피력했다.

 또 “앞으로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서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나아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다짐은 단순한 수사(修辭)로만 그치지 않았고 결국 2·3차 협력사까지 참여하는 대토론회로 이어진 셈이다.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경영이 최근 갑자기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이 회장의 ‘상생경영론’은 뿌리가 깊은 편이다.

 삼성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질(質) 중시 신경영’을 선언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전 임직원에게 ‘하청업체’라는 말 대신 ‘협력사’라는 말을 쓰도록 하면서 ‘구매의 예술화’를 통해 협력사와의 파트너십과 구매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는 최근에도 “조립양산업의 관건은 협력업체 육성이다. 관계사보다도 더 건전하게 키워야 한다. 협력사 사장의 시간, 재산, 인생 전부를 걸고 제 자식까지 물려줄 수 있도록 전력하는 협력업체를 키워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고 사업경쟁력이 있게 된다. 이런 협력업체를 얼마나 육성하느냐에 따라 우리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협력업체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상생경영 철학의 뿌리를 더 깊이 파고들어 가보면 그 배경에는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정립한 4대 창립 경영이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삼성의 창립 경영이념은 인재제일, 합리추구, 사업보국, 공존공영 등 4가지였고, 이 가운데 공존공영은 오늘날의 동반성장이나 상생과 같은 맥락의 업(業)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 회장의 ‘상생경영론’이 수사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 계열사들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동반성장 노력으로 계속 표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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