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전면전] 韓 원화가치 2주만에 1.7%↑… 亞 신흥국까지 ‘불똥’

[환율전쟁 전면전] 韓 원화가치 2주만에 1.7%↑… 亞 신흥국까지 ‘불똥’

입력 2010-10-15 00:00
수정 2010-10-1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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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이 미국, 중국, 일본 등 ‘큰손’에서 ‘개미’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까지 급속도로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양적 완화에 매달리는 선진국들 틈바구니에서 수출길을 열고 투기자본(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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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회의 시작을 위해 의사봉을 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1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회의 시작을 위해 의사봉을 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올 들어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절상률에는 환율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녹아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9.8원 떨어진 1110.90원에 마감됐다. 전년 말에 비해 3.9% 절상된 것이다. 이달 들어 2주 동안에만 1.7%가 올랐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절상폭이 완만한 편이다. 극심한 엔고에 신음하는 일본은 무려 13.0%가 올랐다. 미국으로부터 연일 강력한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 위안화도 2.4% 상승했다. 한·중·일 3국을 비교하면 엔화의 절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1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들먹이며 한국정부를 비판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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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이 몰려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화폐가치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태국(바트)은 전년 말 대비 11.7%, 말레이시아(링깃) 10.8%, 싱가포르(달러) 7.8%, 인도네시아(루피아) 5.7%의 절상률을 각각 기록했다. 고정환율제인 홍콩(-0.06%)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올라간 자국의 통화가치 때문에 고민이다.

아시아 신흥국은 수출 등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유독 많다. 화폐가치가 오르면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다. 최근에는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 신흥국에 초단기투자를 하는 캐리트레이드까지 극성이어서 경제규모가 작은 아시아 신흥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각국의 환율 방어전이 치열하다. 시장 및 거래 규모가 크고 전통적으로 심리적 효과를 노려 직접개입 선언을 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될까 봐 대놓고 하지도 못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타이완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 타이완 달러화의 올해 달러 대비 절상률이 2% 안팎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자국 통화가치가 최고로 올라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도 대규모 외환 개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륙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남미에서는 얼마 전 채권 금융거래세를 인상한 브라질을 필두로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이 이미 환율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밖에 러시아, 폴란드,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시장에서 모종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환율전쟁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두들 국제 금융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대형 쓰나미가 세계를 휩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든다.”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각국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 환율갈등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일각에서 1930년대식 보복 관세와 무역장벽 등 보호주의가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하지만 각국이 위기 속 공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만큼 공멸에 이르기 전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10-10-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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