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정유업계의 ‘화두’는 ‘유전 개발’이다. 중동이나 동남아의 땅속 유전이 아닌 ‘인공(人工)유전’, 곧 국내 정유 고도화시설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는 1조 1000억원을 들여 고도화설비 증설을 통해 오는 2013년 현대오일뱅크를 제치고 고도화비율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반면 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신성장동력 창출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익률 하락 고도화설비로 대응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여수 제2공장에 4번째 고도화 설비인 하루 정제능력 5만 3000배럴 규모의 제4중질유 분해시설(고도화시설)을 2013년까지 짓는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 3번째 고도화 설비를 완공한 뒤 1개월 만에 추가 증설을 결정했다.
고도화 시설은 벙커C유 등 저가의 중질유를 분해, 휘발유나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인공 유전’,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질유의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경유 등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유사들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고도화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정유업계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도화시설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정유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2004년(5.5%)을 제외하고 1.5∼3.8% 사이를 오갔다. 2009년에는 -0.3%까지 떨어졌다.
●GS칼텍스 업계 1위 탈환
총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 설비의 비율을 뜻하는 고도화 비율은 현재 GS칼텍스가 28.3%로 4대 정유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S-오일 25.5% ▲현대오일뱅크 17.4% ▲SK에너지 15.4% 순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중 현대오일뱅크가 제2고도화설비를 완공하면 고도화 비율이 30.8%로 수직 상승, 단숨에 업계 3위에서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GS칼텍스가 네 번째 고도화 설비를 완공하면 고도화 비율이 35.3%로 높아져 국내 정유업계 1위로 복귀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또한 제4고도화시설에서 생산하는 경질유를 모두 수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유가를 기준으로 순익이 연간 4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번 설비 투자로 원료인 원유보다 되레 저가로 판매되는 중질유 생산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출 수 있어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변동에 따라 생산 유종을 탄력적으로 조절,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 신성장동력 창출 올인
다만 SK에너지의 전략은 다른 정유사들과 정반대다.
고도화 비율이 가장 낮은 SK에너지는 지난해 인천정유의 고도화시설 증대에 1조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2016년 이후로 유보했다.
대신 투자 여력을 중대형 2차 전지와 친환경 플라스틱 등 비(非) 정유 부문의 신성장동력 육성에 돌렸다. 올해부터 정유와 화학 부문을 분사한 것도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포석이다.
시장에서는 인천정유 매각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앞으로는 정유업으로 이윤을 남기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어느 쪽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GS칼텍스는 1조 1000억원을 들여 고도화설비 증설을 통해 오는 2013년 현대오일뱅크를 제치고 고도화비율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반면 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신성장동력 창출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여수 제2공장에 4번째 고도화 설비인 하루 정제능력 5만 3000배럴 규모의 제4중질유 분해시설(고도화시설)을 2013년까지 짓는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 3번째 고도화 설비를 완공한 뒤 1개월 만에 추가 증설을 결정했다.
고도화 시설은 벙커C유 등 저가의 중질유를 분해, 휘발유나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인공 유전’,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질유의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경유 등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유사들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고도화설비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정유업계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도화시설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정유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2004년(5.5%)을 제외하고 1.5∼3.8% 사이를 오갔다. 2009년에는 -0.3%까지 떨어졌다.
●GS칼텍스 업계 1위 탈환
총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 설비의 비율을 뜻하는 고도화 비율은 현재 GS칼텍스가 28.3%로 4대 정유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S-오일 25.5% ▲현대오일뱅크 17.4% ▲SK에너지 15.4% 순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중 현대오일뱅크가 제2고도화설비를 완공하면 고도화 비율이 30.8%로 수직 상승, 단숨에 업계 3위에서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GS칼텍스가 네 번째 고도화 설비를 완공하면 고도화 비율이 35.3%로 높아져 국내 정유업계 1위로 복귀할 전망이다.
GS칼텍스는 또한 제4고도화시설에서 생산하는 경질유를 모두 수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유가를 기준으로 순익이 연간 4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번 설비 투자로 원료인 원유보다 되레 저가로 판매되는 중질유 생산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출 수 있어 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 변동에 따라 생산 유종을 탄력적으로 조절,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 신성장동력 창출 올인
다만 SK에너지의 전략은 다른 정유사들과 정반대다.
고도화 비율이 가장 낮은 SK에너지는 지난해 인천정유의 고도화시설 증대에 1조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2016년 이후로 유보했다.
대신 투자 여력을 중대형 2차 전지와 친환경 플라스틱 등 비(非) 정유 부문의 신성장동력 육성에 돌렸다. 올해부터 정유와 화학 부문을 분사한 것도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포석이다.
시장에서는 인천정유 매각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앞으로는 정유업으로 이윤을 남기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어느 쪽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1-0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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