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전의 숨은 공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더라도 2~3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우리가 갖게 될 것이다.”지난해 11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현대엠코의 조위건 사장이 한 말이다. 현대그룹 측에는 ‘저주’와도 같은 말이었겠지만 이 말은 현실로 이뤄졌다.조 사장은 이번 인수전에서 현대차 컨소시엄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TF)팀의 팀장을 맡아 총지휘를 했다. 조 사장은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현대엠코를 세운 주역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특유의 끈기로 전세를 현대차 쪽으로 뒤집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조 사장은 평소에도 조급해하거나 크게 화를 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측은 6월 말 정책금융공사가 현대건설 매각 방침을 밝힌 뒤 본격적으로 TF팀을 구성했지만 물밑 준비는 그 이전부터 인수전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각 계열사에서 브레인이 총 집합한 TF팀은 수시로 관련 부서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임시조직으로 운영됐다. 정진행 부사장, 이석장 이사 등 10여명의 핵심 수뇌부가 조 사장과 팀을 이뤘고, 상근인력이 1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의 법적대리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인수전이 후반기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는 법정에서 캐나다의 육상 선수 벤 존슨이 88올림픽에서 약물복용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한 사례를 제시하며 현대차에 유리한 결론이 나도록 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1-01-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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