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치달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다수의 국내 기업이 작업을 중단하고 대거 귀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항 폐쇄 등으로 출국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이동경로 곳곳에 흥분한 시위대가 있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사업장의 경우 식량조달조차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발전소 등 대규모 공사를 하는 대형 건설업체들도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본사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비상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아직까지는 대피할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리비아 진출기업과 비즈니스 ‘현주소’=23일 국토해양부와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사업 중인 국내 업체는 47개사에 이르며 이 중 건설업체만 24개사,1천343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
나머지 업종은 대부분 소규모 무역회사와 개인사업체,현지 채용인력이 상주하는 지사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현지의 국내 기업활동은 건설업에 집중된 셈이다.
이 중에서 대우건설이 미수라타 복합화력발전소와 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 등 7곳에서 모두 2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297명을,현대건설이 벵가지 송전선로와 트리폴리 발전소 등 4곳에서 총 25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120여명을 각각 파견한 상태다.
주택사업도 활발해 신한건설이 트리폴리와 자위야 등 6곳에서 총 1만7천가구 규모(30억달러)로,한일건설이 자위야 등 3곳에서 4천가구 규모(9억달러)로,이수건설이 젠탄에서 3천300가구 규모(4억달러)로,현대엠코가 굽바에서 2천가구 규모(4억달러)로 각각 공사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하고 있는 공사는 총 90억달러 규모로 시공잔액만 79억달러에 이르러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급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로자 안전 ‘발등의 불’=공사 완성 여부와 금전적 손실도 문제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다.
실제로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서 지난 17∼19일 한 건설업체의 주택건설 현장과 직원 숙소가 현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았고,20일에는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벵가지의 송전선로 공사 현장과 주택건설 현장에 각각 강도가 침입해 컴퓨터 등을 빼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혈충돌이 확산되면서 20∼21일에는 수도 트리폴리 주변의 서부 지역의 국내 업체 공사현장에도 주민들이 난입해 자동차,휴대전화,노트북 등을 약탈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근로자 3명과 제3국 출신 근로자 2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22일에도 국내 건설사의 현장에 차량 탈취 등 피해가 잇따랐다.이수건설의 젠탄 주택건설 현장에는 주민 30여명이 침입해 건설장비 3대와 차량 3대를 강탈해갔고,대한통운 자회사인 ANC의 주메일 대수로공사 현장에도 오전 5시 현지 주민들이 침입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엑소더스’ 발동동..대책마련 분주=당장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해당 업체들은 일단 현장에서 철수해 근로자들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비행기가 없어 구체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두바이항공 트리폴리 노선은 전산망이 막혀 28일까지 발권이 안된다”며 “필리핀은 전세기를 띄워 근로자들을 귀국시켰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한 관계자도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하기로 확정했다”면서도 “문제는 비행기가 없고 출국비자를 못받았다는 것이다.비자 없이 나가면 재입국이 안돼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3천명이 열흘 동안 먹을 비상식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제3국 근로자까지 함께 나눠먹으려면 오래 버틸 수 없어 탈출 또는 식량 추가조달 계획을 논의 중이다.
각각 20∼30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을 파견한 코스모D&I와 동명기술공단 등도 직원들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키거나 공사현장에 대기시켜놓고 출국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코스모D&I 관계자는 “공사장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아직 피해는 없지만 주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고 한다”며 “남쪽 튀니지 국경까지 육로로 빠져나오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상황이 안좋은 지역을 통과해야 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현장이 동북부 위험지역인 데르나에 있는 원건설 직원들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특히 리비아 정부가 데르나 지역 시위대 진압을 선포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현지 근로자들이 극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
원건설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에 따르면 현재 원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40여명은 모두 현장 캠프에서 나와 5∼6명씩 흩어진 채 현지 주민들의 집과 예식장 등에 피해 있다.
이들은 데르나 지역이 내전으로 치닫기 전에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대피하기 위해 제3국인 근로자들과 차량 수배에 나서는 등 탈출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 외에 리비아 현지에서 근무 중인 국내 상사 등의 파견 직원들도 귀국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계획이다.
LG상사 트리폴리 지사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1명은 마침 알제리 출장 중이어서 리비아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대수로 공사를 마치고 사후 관리 작업을 하던 대한통운 직원 6명 중 벵가지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1명은 대우건설 발전소 공사현장으로 대피했고,나머지 5명은 트리폴리 사무소에서 대기 중이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약 500㎞ 떨어진 서트 지역에서 알칼리지 화력발전소 보일러 설치 프로젝트(2억7천만달러 규모)를 진행 중인 두산중공업은 아직까지 조업에 문제가 없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직원 53명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당분간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렵더라도 현지 군 병력과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만큼 당장 탈출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라 전체가 어수선해 공사는 일단 중단된 상태지만 생각보다 현지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며 “현지 통신 사정이 안 좋아 하루에 한 두번씩 인터넷 전화가 걸려오는데 경비가 잘돼 있고 시내는 소강상태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벵가지 송전선 공사현장에 있던 직원 17명만 인근 대우건설 발전소 공사장으로 대피시켰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발전소는 국가기간시설이라 정부에서 경비를 해주는데 좀더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대피할 계획은 없다”며 “지금 트리폴리에는 비가 많이 와 여러모로 공사 진행은 어렵다.비 때문에 시위도 더 확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리비아측의 입국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됨에 따라 당초 리비아 입국을 시도했던 정부합동 리비아 신속대응팀(외교부 2명,국토부 1명)을 우선 이집트로 보내 육로를 통해서 이집트로 이동하는 보내 우리 교민들의 안전대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트리폴리 공항은 유럽편 항공은 결항이지만 리비아 국영기와 이집트 항공 등 아프리카 항공기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며 “우리 교민들의 대피를 위해 전세기를 급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공항 폐쇄 등으로 출국 수단이 마땅치 않은 데다 이동경로 곳곳에 흥분한 시위대가 있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사업장의 경우 식량조달조차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발전소 등 대규모 공사를 하는 대형 건설업체들도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본사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비상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만큼 아직까지는 대피할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리비아 진출기업과 비즈니스 ‘현주소’=23일 국토해양부와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사업 중인 국내 업체는 47개사에 이르며 이 중 건설업체만 24개사,1천343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
나머지 업종은 대부분 소규모 무역회사와 개인사업체,현지 채용인력이 상주하는 지사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현지의 국내 기업활동은 건설업에 집중된 셈이다.
이 중에서 대우건설이 미수라타 복합화력발전소와 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 등 7곳에서 모두 2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297명을,현대건설이 벵가지 송전선로와 트리폴리 발전소 등 4곳에서 총 25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120여명을 각각 파견한 상태다.
주택사업도 활발해 신한건설이 트리폴리와 자위야 등 6곳에서 총 1만7천가구 규모(30억달러)로,한일건설이 자위야 등 3곳에서 4천가구 규모(9억달러)로,이수건설이 젠탄에서 3천300가구 규모(4억달러)로,현대엠코가 굽바에서 2천가구 규모(4억달러)로 각각 공사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이 하고 있는 공사는 총 90억달러 규모로 시공잔액만 79억달러에 이르러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급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로자 안전 ‘발등의 불’=공사 완성 여부와 금전적 손실도 문제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다.
실제로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서 지난 17∼19일 한 건설업체의 주택건설 현장과 직원 숙소가 현지 주민들의 공격을 받았고,20일에는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벵가지의 송전선로 공사 현장과 주택건설 현장에 각각 강도가 침입해 컴퓨터 등을 빼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혈충돌이 확산되면서 20∼21일에는 수도 트리폴리 주변의 서부 지역의 국내 업체 공사현장에도 주민들이 난입해 자동차,휴대전화,노트북 등을 약탈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근로자 3명과 제3국 출신 근로자 2명이 다치는 일도 있었다.
22일에도 국내 건설사의 현장에 차량 탈취 등 피해가 잇따랐다.이수건설의 젠탄 주택건설 현장에는 주민 30여명이 침입해 건설장비 3대와 차량 3대를 강탈해갔고,대한통운 자회사인 ANC의 주메일 대수로공사 현장에도 오전 5시 현지 주민들이 침입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엑소더스’ 발동동..대책마련 분주=당장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해당 업체들은 일단 현장에서 철수해 근로자들을 귀국시키기로 결정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일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비행기가 없어 구체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두바이항공 트리폴리 노선은 전산망이 막혀 28일까지 발권이 안된다”며 “필리핀은 전세기를 띄워 근로자들을 귀국시켰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한 관계자도 “한국에서 보는 것처럼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하기로 확정했다”면서도 “문제는 비행기가 없고 출국비자를 못받았다는 것이다.비자 없이 나가면 재입국이 안돼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3천명이 열흘 동안 먹을 비상식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제3국 근로자까지 함께 나눠먹으려면 오래 버틸 수 없어 탈출 또는 식량 추가조달 계획을 논의 중이다.
각각 20∼30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을 파견한 코스모D&I와 동명기술공단 등도 직원들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키거나 공사현장에 대기시켜놓고 출국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코스모D&I 관계자는 “공사장이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 아직 피해는 없지만 주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고 한다”며 “남쪽 튀니지 국경까지 육로로 빠져나오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상황이 안좋은 지역을 통과해야 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현장이 동북부 위험지역인 데르나에 있는 원건설 직원들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특히 리비아 정부가 데르나 지역 시위대 진압을 선포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현지 근로자들이 극도로 불안에 떨고 있다.
원건설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에 따르면 현재 원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40여명은 모두 현장 캠프에서 나와 5∼6명씩 흩어진 채 현지 주민들의 집과 예식장 등에 피해 있다.
이들은 데르나 지역이 내전으로 치닫기 전에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대피하기 위해 제3국인 근로자들과 차량 수배에 나서는 등 탈출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 외에 리비아 현지에서 근무 중인 국내 상사 등의 파견 직원들도 귀국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계획이다.
LG상사 트리폴리 지사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1명은 마침 알제리 출장 중이어서 리비아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대수로 공사를 마치고 사후 관리 작업을 하던 대한통운 직원 6명 중 벵가지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1명은 대우건설 발전소 공사현장으로 대피했고,나머지 5명은 트리폴리 사무소에서 대기 중이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약 500㎞ 떨어진 서트 지역에서 알칼리지 화력발전소 보일러 설치 프로젝트(2억7천만달러 규모)를 진행 중인 두산중공업은 아직까지 조업에 문제가 없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직원 53명을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당분간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렵더라도 현지 군 병력과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만큼 당장 탈출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라 전체가 어수선해 공사는 일단 중단된 상태지만 생각보다 현지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며 “현지 통신 사정이 안 좋아 하루에 한 두번씩 인터넷 전화가 걸려오는데 경비가 잘돼 있고 시내는 소강상태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벵가지 송전선 공사현장에 있던 직원 17명만 인근 대우건설 발전소 공사장으로 대피시켰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발전소는 국가기간시설이라 정부에서 경비를 해주는데 좀더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대피할 계획은 없다”며 “지금 트리폴리에는 비가 많이 와 여러모로 공사 진행은 어렵다.비 때문에 시위도 더 확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리비아측의 입국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됨에 따라 당초 리비아 입국을 시도했던 정부합동 리비아 신속대응팀(외교부 2명,국토부 1명)을 우선 이집트로 보내 육로를 통해서 이집트로 이동하는 보내 우리 교민들의 안전대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트리폴리 공항은 유럽편 항공은 결항이지만 리비아 국영기와 이집트 항공 등 아프리카 항공기는 정상 운행되고 있다”며 “우리 교민들의 대피를 위해 전세기를 급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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