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상, 한강다리 조명은 계속 켜질 듯
정부가 27일 에너지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하면서 서울 강남 등 유흥가 밀집지역의 ‘불야성’이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정부의 민간 조명 제한 조치로 인해 유흥업소는 새벽 2시 이후에는 간판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것은 리비아 소요사태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26일 기준으로 두바이유 현물가가 5일 연속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리비아 원유 터미널 폐쇄와 주요 석유회사의 생산 중단 등으로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50만∼80만배럴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흥가 새벽 2시부터 “불 꺼” = 이날부터 국제 두바이유가 5일 연속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 경보단계가 ‘주의’에서 ‘관심’으로 다시 내려갈 때까지 유흥주점은 새벽 2시 이후에는 간판과 경관조명을 소등해야 한다.
유흥주점이 새벽 2시 이후 계속 영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입구 간판과 조명은 꺼야 한다는 것이다.
1주일간의 계도 기간 이후인 내달 7일부터 새벽 2시 넘어 간판을 켜두면 1회 위반 시 50만원, 2회 위반 시 100만원 등 위반 횟수에 따라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골프장도 야간 조명을 쓸 수 없어 야간 개장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 연습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야간 조명을 쓸 수 있다.
아울러 지경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광고간판을 포함한 야간조명은 영업시간 이후,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의 경관 조명은 자정 이후 소등하도록 조치했다.
이를 통해 227만개 건물의 8.3%가 조명 사용 제한 대상이 된다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랜드마크 조명은 국가이미지 위해 살려둔다 = 정부는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중요 문화재와 랜드마크 주변의 공공 조명도 일부 소등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공공 조명 소등은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 등 서울과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재와 한강다리 등은 국가 이미지 관리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명을 남겨둘 필요가 있어서 지자체와 소등 여부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내달부터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 보내 협의를 통해 공공 조명 중 꺼야 할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 등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 절감 캐시백 서비스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에너지를 절약해도 포상이 1만∼2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호응이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 에너지 절감분의 몇 배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민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상황 더 악화되면 일반 음식점도 조명 제한 = 유가가 5일 연속 130달러를 넘어서면 에너지 위기단계는 ‘경계’로 격상돼 한층 강화된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가 이뤄진다.
경계 단계에서는 일반 음식점과 기타 도소매업도 영업시간 외 소등 조치가 이뤄지고 승용차 요일제가 전국에서 시행되며 공공기관은 승강기가 6층 이상만 운행한다.
그러나 위기 단계가 경계로 이어질 개연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원유를 증산하고 있고 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공조를 통해 추가 증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석유 추가 증산 움직임 등으로 유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고 우리나라가 리비아에서 직접 석유를 수입하지 않아 석유 수급에도 아직은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중동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으면 수급차질은 없겠지만 유가는 추가로 배럴당 10∼20달러 정도 급등할 수 있어 유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