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묶여서…”
지난 10년 동안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최근 들어 가계 소득 증가세가 둔화된 게 한국의 저축률을 낮춘 요인으로 분석됐다. 가계가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금융 자산 비중은 20%대로 낮기 때문에 저축률이 금세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최근 연금·건강보험료처럼 개인이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지출이 늘어난 점 역시 저축률 하락을 부채질했다.2000년 이후 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된 것은 저축률을 낮춘 기폭제로 작용했다. 7일 통계청의 가계금융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구당 평균 자산 총액 2억 7268만원 가운데 75.8%를 부동산이 차지했다. 자산의 4분의3을 부동산에 할당하면서, 저축 등의 형태로 운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 규모는 21.3%밖에 남지 않았다.
시기별 통계수치를 봐도 저축률 하락기와 부동산 호황기는 겹친다. 1990년대 말까지 20%대를 웃돌던 저축률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 2002년 10.7%로 떨어졌고 2005년 4.4%, 2008년 2.8%, 2009년 5.1%, 지난해 3.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역으로 2000년 266조 8989억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795조 3759억원으로 급증했다.
●“빚 갚느라 여력 없어”
지난해 부동산 거래가 줄었음에도 저축률이 올라가지 않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주식 시장이 호황을 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미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가는 장기계획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축할 여력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03-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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