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후폭풍

‘우리금융 민영화’ 후폭풍

입력 2011-05-18 00:00
수정 2011-05-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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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이슈로 몸살을 앓아온 국내 금융권이 이번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17일 발표한 우리금융 재매각 방안을 놓고 대형 국책은행을 만들기 위해 특정 금융기관을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관치금융(官治金融) 심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9월로 못박은 본입찰 때까지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우리금융, ‘정부 밀어주기’에 독자민영화 백기 드나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우리금융 재매각 방안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곳은 산은금융지주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의 최소입찰규모를 30%로 종전보다 확대하면서 금융지주사의 입찰 참여 기준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본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컨소시엄이나 사모펀드(PEF) 형태 등도 입찰에 참여할 길은 열려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실익을 거두기 힘들어 참여할 곳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독자 민영화를 추진해온 우리금융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금융은 기업 등의 투자자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 지분 56.97%를 공동 매입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자체 판단을 내렸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발표한 매각 방안으로 볼 때 컨소시엄을 통한 우리금융 입찰 참여 및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으나 일단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뒤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컨소시엄 내에 참여한 기업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거나 자본총액 비중이 25% 이상이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된다. 따라서 규모가 큰 대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은 산업자본으로 간주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을 9%만 인수할 수 있다.

또 컨소시엄은 참여 투자자들이 지분 매입 후 동일인으로 간주돼 공동 의결권 행사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지분을 사들인다고 해도 경영권 행사 등의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

즉 사실상 일정 규모를 갖춘 금융자본만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로서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이 개정돼 금융지주의 입찰 참여가 가능해지더라도 정작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로는 인수 의지를 밝힌 산은금융이 유일하다. 산은금융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우리금융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기 위한 최소 매입 지분 요건을 95% 이상에서 50% 수준으로 완화해주면 인수 비용 부담도 덜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금융기관에 우리금융을 넘기기 위한 모든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 시행령까지 개정해 우리금융 매각을 추진한다면 특혜 논란이 가시지 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관치금융 우려도 솔솔

또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을 합친 대형 국책은행에 대해서도 관치금융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메가뱅크란 두 민간은행이 합쳐져서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데 국책은행간 합병은 ‘관치금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민영화를 재개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결국 우리금융을 산은금융으로 넘겨주는 절차가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면서 “두 국책은행이 합쳐져서 대형 국책은행을 만드는 것은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문어발식 합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융기관간 인수합병은 시장에서 스스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시장에서 결정해 대형화하도록 하고 나아가 독자생존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노조 역시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 시나리오는 정부가 거대 국유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면서 경제 전반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관치금융의 야욕이 드러났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 방안이 현실화해 자산 505조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하면 국내에서 금융산업 재편 등의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긴장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는 금융권에 상당한 경쟁구도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금융지주가 위기를 느껴 또 다른 인수·합병을 시도하면 금융산업 내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환은행 인수가 어려워진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SK증권 배정현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 우리금융 인수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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