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미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촉각
미국 여야가 부채 상한 증액에 합의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해소돼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그러나 재정 긴축 방안이 실행되면 미국의 경제 회복이 더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해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채협상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돼 이제 이번 주 예정된 ISM제조업지수와 실업률 등 미국 펀더멘털을 가늠할 주요 경제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폴트 최악상황 막았다...코스피 급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상ㆍ하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자들이 재정 적자 감축과 디폴트를 막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 여야의 합의안은 앞으로 10년간 1조달러의 정부 지출을 감축하는 것으로 공화당이 제시한 방안을 민주당이 수용한 것이다.
미국이 사상 유례없는 디폴트 상태를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합의안 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이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 전 세계 주식ㆍ채권ㆍ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폴트로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 최종 안도감에 국내 증시는 이날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전날보다 37.68포인트(1.77%) 오른 2,170.89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26% 오른 542.74를 기록 중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협상 타결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은 일차적으로 유럽에 안도했고 이차적으로 미국에 안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코스피는 7월 초ㆍ중순까지는 2,200까지 안도 랠리를 보일 수 있다”며 “신용평가사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시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은 이미 다 나왔다”고 덧붙였다.
미국 설비투자도 8분기 연속 견고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 완만한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호한 기업이익에 따른 설비투자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전분기 대비 3%대 초반의 완만한 경기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긴축으로 성장 저하...펀더멘털에 시선 집중
미국이 부채한도를 증액했지만 그만큼 긴축정책을 쓰게 되면 경제회복이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이 디폴트 사태를 극복하긴 했지만 경제회복이 지연될 경우 더블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 1.8%를 크게 밑도는 1.3%에 그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애초 1.9%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삼성증권 김성봉 시황팀장은 “재정을 본격적으로 감축하면 경기 측면에서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2분기 GDP가 저조한 상황에서 재정마저 감축하면 미국경제가 기댈 곳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최용호 연구원도 “앞으로 재정 긴축에 따른 성장률 저하요인이 시장에서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미 연방정부가 10년간 1조달러를 줄이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부지출 감축은 아직 취약한 미국 경제상황을 고려해 빠른 속도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설명이다.
KB투자증권 임동민 선임연구원은 “내년까진 경기친화적인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며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 자체가 정부가 내년까지 쓸 돈을 마련하는 것으로 내년까지는 경기부양책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년간 1조달러 줄이는 것은 디폴트 사태를 피하는 수준으로 증시에 미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제조기업의 수출이나 수익 측면에서도 경기 회복은 완만하게 진행 중이고 고용이나 부동산 부문도 아직 크게 좋아진 적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펀더멘털에 시장의 시각이 쏠리면서 이번 주 미국이 발표하는 ISM제조업지수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실업률 등의 경제지표에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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