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회생에 책임 다할 것”… 청문회 출석도 시사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난해 12월 노조 파업 이후 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와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개숙인 조회장
10일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다 극비리에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부산시청에서 최근의 노사분규와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10일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다 극비리에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부산시청에서 최근의 노사분규와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조 회장은 10일 부산시청에서 ‘한진중공업이 부산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 교착 상태에 빠진 노사협상 타결을 위한 퇴직자 지원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호소문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산시민과 영도구민,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인적 구조조정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년 이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회사를 떠나야 했던 가족을 다시 모셔올 것”이라면서 경영 정상화를 전제로 한 퇴직자 재고용을 약속했다. 또 “영도조선소 규모에 맞는 특수 선박을 수주해 특성화할 계획이며 연간 조립량이 14만~15만t이 된다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퇴직자 지원책과 관련, “희망퇴직자의 경우 자녀 2명까지 대학졸업 때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영도조선소 폐쇄 논란에 대해서는 “필리핀 수비크 진출은 한진중공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면서 “영도조선소를 포기하거나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부의 정리해고 철회 주장과 관련해서는 회사 생존에 필수적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희망버스 등 외부세력 개입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청문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해 증인으로 출석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조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해외 출장과 청문회 불참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노조와의 합의 내용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2007년 등에 합의한 대로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월 6일부터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조 회장의 호소문은 알맹이 없는 기만책일 뿐이다. 진정으로 호소하려면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재계는 이날 조 회장이 청문회 출석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해당 기업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대해 정치권이 간섭을 하고, 이에 오너 등이 굴복하는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단체들은 조 회장에 대한 정치권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 대해 지난 6월 “정치권이 기업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정치권이 기업활동과 관련해 오너 등을 공청회 등에 부르는 것은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다만 개별 기업이 (청문회 참석 등으로) 입장을 정한 것은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도 “국회 청문회가 기업을 압박해서 사태를 봉합하거나 구조조정을 철회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이두걸·부산 박정훈기자 douzirl@seoul.co.kr
2011-08-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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