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힘’… 외국인 매도 폭탄 뚫고 상승장 지켰다

‘개미의 힘’… 외국인 매도 폭탄 뚫고 상승장 지켰다

입력 2011-08-11 00:00
수정 2011-08-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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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조 2625억원 매도, 개인 1조 5559억원 매수. 10일 국내 증시는 주식을 팔려는 외국인과 사려는 ‘개미’(개인투자자)의 한판 전쟁이었다. 그간 개미는 외국인이 대규모 물량을 내놓으면 어쩔 수 없이 매도 행렬에 동참했지만, 이날만큼은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2일부터 개인투자자를 휘어잡았던 ‘패닉’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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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8.1원 내려  코스피 지수가 7거래일 만에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8.1원 내린 10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의 딜러들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원·달러 환율이 8.1원 내려
코스피 지수가 7거래일 만에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8.1원 내린 10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의 딜러들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이날 증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부양 신호와 증시 급등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은 채, 전날보다 76.05포인트(4.22%) 오른 1877.40 포인트로 출발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파상적인 매도 공세 앞에 급등세는 꺾였고, 개장 2시간이 채 안 된 오전 10시 55분 1802.68 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전날보다 겨우 1.33포인트 높은 것으로, 오랜만에 빨간불(주가상승)을 보였던 증시는 다시 파란색(주가하락)으로 바뀔 위험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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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증시는 꾸준히 1810~1830 선을 유지했고, 결국 1806.24 포인트로 마감해 6거래일 연속 하락장에서 탈출했다. 외국인이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최대인 무려 1조 2625억원어치를 팔았지만, 개인이 이보다 더 많은 1조 5559억원어치를 사들인 덕분이었다. 개인은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 지난 8일 무려 7366억원어치를 팔았고, 9일에도 오후에 매수세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연일 ‘백기’를 들었었다.

외국인과 개미가 무서운 기세로 전쟁을 벌이자 그동안 주가 하락의 ‘방패’ 역할을 했던 기관은 숨죽이며 관망했다. 기관은 2370억원어치를 팔아 국내 증시공황이 시작된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총 2조 538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비록 예상치 못했던 프로그램 매물 때문에 지수는 제대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마감했지만, 개인의 ‘힘’을 보여준 하루였다. 개인은 코스닥에서도 297억원어치를 ‘나 홀로’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양해정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개인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호재성 이벤트가 있으면 주가가 빠르게 반등한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고, 이날도 ‘관성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개인들이 받아낸 종목은 대부분 중소형 주였기 때문에 증시를 크게 끌어올리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개인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르다고 분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더블딥으로 가지만 않는다면 최근 주가 폭락으로 인해 가격 메리트가 생겼고, 자동차와 IT 등 대형주 군에서 매수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저점 확인이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과 현금 비율을 50대50 정도로 유지하며 투자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융 불안 사태에서는 연기금도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기관이 매도세를 보인 이날도 593억원을 매수하는 등 지난 2일부터 총 1조 926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 전체가 사들인 물량 2조 3016억원의 80%가 넘는 비율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1-08-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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