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 산업계 반응
22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내전으로 리비아에서 공사를 중단한 건설현장 점검 등을 위해 직원을 파견하고, 수출입업체들은 원유 수입 및 상품 수출 재개 등을 위한 실무팀 구성 등에 나서고 있다. 또 정부와 기업들은 반군이 점령한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동부지역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지역 부족을 중심으로 한 반군들과 이미 물밑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건설업계는 최근 리비아 반군 고위 관계자가 카다피 정권과 해외 기업들이 체결한 계약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내전으로 중단됐던 프로젝트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가 리비아에서 공사를 하다가 중단한 규모는 80억 달러 가까이 된다.
트리폴리와 미스라타, 벵가지 등에 현장을 둔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권을 누가 잡느냐보다 리비아 내전사태가 마무리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장을 지키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피해상황 등 공사 재개를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발전소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국가 기반시설이 대부분이라 반군이 장악하더라도 공사 재개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됐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장기적으로 리비아 국민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을 위한 원동력인 발전소와 낙후된 정유시설 보강을 위한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나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전소, 정유시설 등 대규모 플랜트 공사가 많이 발주될 것”이라면서 “지역 부족과 국내 업체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민투표 등 권력이양 작업을 마치고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돼야 신규공사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발주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재개 등은 빨라야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비아 사태와 관련, 비상대책반과 지원반을 운영 중인 해외건설협회도 국내 업체들의 공사 재개와 손해배상 등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강신영 해건협 실장은 “확실히 사태가 마무리되고 협상 주체가 정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에 기계, 자동차 부품, 타이어 등을 수출하고 있는 제조업체들도 수출 재개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석우 코트라 중앙아시아 CIS팀 과장은 “거의 6개월 동안 리비아 수출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가격이나 인지도 면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기계, 자동차 부품 등 리비아 수출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리비아 원유 수급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석유매장량 8위인 리비아는 하루 15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었다. 전 세계 수요의 2% 정도를 차지하는 리비아의 석유는 그동안 반정부 시위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석유가격을 배럴당 10~20달러 끌어올린 것으로 진단됐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고공행진을 했던 국제 유가가 하락한다면 국내 휘발유 값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김승훈기자 hihi@seoul.co.kr
2011-08-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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