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비맥주 인수 어렵다”… 사실상 포기

롯데 “오비맥주 인수 어렵다”… 사실상 포기

입력 2012-01-18 00:00
수정 2012-01-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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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생산으로 오비맥주·하이트와 3파전 돌입하나

롯데그룹이 오비맥주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18일 “오비맥주의 몸값이 너무 높아져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이하 롯데주류)이 이날 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함으로써 오비맥주 인수 포기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협약 내용에 담긴 공장 부지 규모는 33만㎡로 하이트진로의 홍천 공장과 비슷한 규모다.

이러한 규모라면 연간 40만㎘ 제조는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맥주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을 앞세워 소주시장의 15.4%를 점유하고 있고, 탄산음료는 40%대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맥주는 자체 생산이 없고 일본의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전부다.

롯데는 오비맥주 인수를 통한 맥주 시장 진입을 노려왔으나 여의치 않았다.

2009년 5월 OB맥주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사모펀드인 콜버스 크라비스 로버츠(KKR)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KKR은 당시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벨기에의 앤호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가 소유한 오비맥주를 18억달러(2조3천억원)에 사들였다.

당시만 해도 하이트진로에 시장 점유율에서 크게 뒤졌던 오비맥주는 카스를 앞세워 전세를 뒤엎었다.

오비맥주는 작년 1∼10월 수출을 포함한 전체 제품의 출고량 점유율이 50.22%로, 하이트진로의 49.78%를 앞질렀다.

오비맥주는 15년만에 점유율에서 앞서면서 몸값도 더욱 높아졌다. 작년 실적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조3천억원에 오비맥주를 인수한 KKR가 지금 매물로 내놓는다면 3조원 안팎의 가격을 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이 롯데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치산업인 맥주 제조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빨라야 3년, 늦으면 5년은 걸려야 본격적인 생산을 할 수 있고 양강 구도인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비맥주 인수가 최상의 해결책이지만 몸값이 걸림돌이었다.

주류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1%를 올리려면 300억∼400억원의 마케팅비용이 든다는 분석도 있다.

유통 관련 사업체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만 가격은 후하게 주지 않는 롯데의 특성상 오비맥주 인수는 요원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비싼 몸값을 받고 싶어하는 KKR는 롯데의 독자생산 압박으로 인해 일단 ‘긴장 모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뛰어들어 3파전 구도가 형성됨으로써 향후 오비맥주의 가치가 점차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맥주시장 일각에서는 롯데가 오비맥주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의 가격 협상의 여지는 남겨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KR로부터 오비맥주를 살 곳은 롯데밖에 없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공론이기 때문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충주시와 세부 내용 합의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돌출될 수 있다”면서 협약대로 모든 것이 이행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여운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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