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대란 10년’ 돈 되는 것은 다한다

‘카드 대란 10년’ 돈 되는 것은 다한다

입력 2012-02-01 00:00
수정 2012-02-0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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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경쟁 여전…체크ㆍ모바일카드시장도 ‘후끈’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다’

2002년 카드대란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신용카드 업계의 영업 구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카드사들이 몸집 불리기로 박리다매를 추구한 탓에 과열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2의 카드대란’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나오지만 카드업계에는 마이동풍이다.

최근 들어 전방위 공격경영을 펴는 카드사는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등 은행 계열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공교롭게도 카드사태가 악화한 2003년에 무너졌던 곳이다.

신한카드는 매물로 나온 LG카드까지 집어삼키고서 지난해 카드시장 점유율 20%를 넘는 공룡 기업으로 우뚝 섰다. KB국민카드는 적극적인 회원 유치를 통해 10% 중반대의 시장 점유율로 업계 2위까지 도약했다.

외형으로만 보면 권토중래에 성공한 셈이다.

하나SK카드는 외환카드와 합병함으로써 선두권 경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인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도 모기업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2002년과 달라진 점은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이 대출보다는 회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현금서비스, 카드론을 고금리로 대출해 재미를 봤다면 이제는 많은 회원을 확보해 수수료 등의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카드사들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파격 할인 등 부가서비스를 쏟아부어 회원 유치에 열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대내외 압박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면서 슬그머니 혜택도 줄였다. 이 와중에도 고객을 유지하려고 카드사 간에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대란 때는 정부의 규제 완화 덕에 현금서비스를 무제한으로 하면서 돈을 쓸어 담았다. 당시 전체 이익에서 대출이 70%를 차지했다. 지금은 대출 이익이 30%에 불과하다. 일단 고객을 많이 모아 수익을 내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회원 모집 비용을 봐도 업계의 경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비용이 6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돼 카드 대란 원년인 2002년의 4천777억원을 훨씬 넘어섰다.

카드사들은 신용 대출ㆍ판매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영역도 넘보고 있다.

2010년 카드사들이 보험 대리판매 등의 부대업무로 얻은 실적은 1조8천480억원이다. 10년 전인 2000년(3천439억원)에 비해 5.3배나 급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태도를 보인다.

여신금융협회는 특정 영역을 빼곤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 결혼사업이나 오프라인 쇼핑몰 등 돈이 되는 곳은 어디든 진출하려는 속셈에서다.

체크카드와 모바일카드 시장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체크카드 육성을 공언하고서 체크카드 시장에서는 고객 유치전이 이미 활발해졌다. 신시장으로 여겨지는 모바일카드 시장에서도 총성 없는 선점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 카드사의 임원은 “카드시장은 지키지 않으면 뺏기는 곳이라 카드대란 이후에도 영업행태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최근 은행에서 분사하는 카드사들이 생기면서 고객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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