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운전자들 “싸다” vs “인근比 크게 싸지 않아”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형제주유소. 이달 10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알뜰주유소’다.지난 16일 오전 기자가 찾은 주유소는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주유하려는 차들로 분주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서인지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는 않았지만 싸다는 얘기를 듣고 찾은 자동차들이 빠르게 들락 날락거렸다.
미소 짓는 얼굴을 형상화한 주황색의 알뜰주유소 마크와 ‘서민부담을 대폭 경감하는 알뜰 주유소 1호점’이라는 현수막이 손님들을 맞았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기름값이 치솟자 알뜰주유소 정책을 선보였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기름을 대량으로 싸게 사들이고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 주변 주유소보다 ℓ당 최대 100원 낮게 팔겠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경동알뜰주유소가 ‘국내 1호’ 알뜰주유소로 영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형제주유소를 포함한 6곳이 알뜰주유소 간판을 내걸었다.
’알뜰’을 주무기로 내세운 만큼 형제주유소의 기름값은 주변보다 저렴했다.
가격 입간판에 적힌 보통휘발유 값은 ℓ당 1천949원, 차량용 경유가격은 1천778원이었다.
금천구 주유소 18곳의 휘발유 평균가격(2천21원)보다 ℓ당 72원 쌌다.
그러나 형제주유소의 반경 500m 안에 있는 다른 두 주유소보다는 불과 30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었다.
주유소 운영자 김재형(51)씨는 “정부가 100원 더 싸다는 말로 알뜰주유소를 알리긴 했지만 실제로 알뜰주유소는 주변의 기름값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이 크다”며 “일률적으로 100원 인하라는 틀에 맞출 수 없는 상황에서 알뜰의 의미는 고객에게 최대한 저렴한 기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은 반응은 대체로 ‘싸다’와 ‘주변보다 그렇게 싼 것은 아니다’로 엇갈렸다.
차를 몰고 주유소를 찾은 조병구(49)씨는 “직장이 가까워 이전에 고객등록을 한 적 있는데 이번에 알뜰주유소로 지정됐다고 문자가 와서 다시 찾았다”며 “외곽지역보다 이곳 알뜰주유소가 기름값이 싸다”고 만족해했다.
손님 임모(78)씨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았는데 다른 곳과 가격차이가 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알뜰주유소의 고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종업원 권모(17)씨는 주유를 끝내고 돌아서면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고 손님이 2~3배 정도 늘었다”며 “고객들에게 최대한 저렴한 기름을 제공하려다 보니 무료세차나 사은품들을 예전처럼 주기 힘든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뜰주유소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더 싼 값에 기름을 공급받고 있지만 인근 주유소 업주들은 울상이다.
인근 주유소와의 가격 경쟁력이 ‘생명’인 업종 특성상 알뜰주유소 가격을 고려해 가격대를 낮춤에 따라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싸다’는 알뜰주유소로 손님이 몰리는 바람에 고객이 줄고 가격 인하로 영업마진이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주유소의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는 17일 정부 주도의 알뜰주유소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업자를 선정하려고 농협중앙회에 지시해 시행한 농협중앙회·한국석유공사의 석유구매 공동입찰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에 제일 처음으로 알뜰주유소가 들어섰다”며 “알뜰주유소 주변의 일부 주유소는 매출액이 절반가량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3월 말까지 기존 농협NH알뜰주유소 330곳을 포함해 모두 400개의 알뜰주유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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