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집단휴원 예고에 맞벌이부부 ‘발동동’

어린이집 집단휴원 예고에 맞벌이부부 ‘발동동’

입력 2012-02-26 00:00
수정 2012-02-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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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민간어린이집이 27일부터 임시 휴원을 예고하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맞벌이 부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어린이집분과위원회는 보육료 현실화 등 어린이집 운영환경 개선을 집단 휴원의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 등 위원회 내부 사정이 깔려 있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1만5천개 어린이집 집단휴원 예고…불안 고조 = 2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어린이집분과위원회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적인 집단 휴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민간분과위에 소속된 전국 어린이집은 1만5천여개이고 이들 시설이 돌보는 아동은 75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로 가는 맞벌이 부부 등의 엄청난 불편이 예상된다.

다만 대전, 광주, 충남, 충북, 전북 지역 어린이집은 집단휴원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어린이집은 휴원에 동참하더라도 당직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임시 조치를 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또 부모와 아동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부와 각 지자체가 나서 민간 어린이집을 상대로 휴원 불참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 환경 개선’ vs ‘선거 판세 뒤집기용’ = 분과위는 이번 집단 휴원을 민간어린이집의 열악한 운영환경 개선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분과위는 휴원을 결의하면서 정부에 보육료 현실화, 교사 처우개선, 특별활동비에 대한 과도한 규제 철폐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27일 민간분과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가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결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이번 선거에는 현 분과위원장을 비롯해 5명이 출마했다. 위원회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 보육계 인사는 “졸업과 연령별 반 이동을 전후로 2월 말에는 통상 학부모와 협의해 봄방학을 운영한다”며 “이런 시기에 집단 휴원을 하는 것은 선거판세 역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만복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도 “민간보육시설의 열악한 운영환경에 대해 개선책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집단 휴원은 아이들을 볼모로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어린이집이 1주일간 휴원하면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24조에 규정된 ‘주 6일 평일 12시간 운영 원칙’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2개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등 처벌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육지원 확대로 당장 3월부터 보육시설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집단 휴원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휴원 철회하라’ 반대 목소리 봇물 = 주요 포털 등에는 휴원 철회 요구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글을 쓴 한 학부모는 “휴원 공문을 24일 저녁에 보내면서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아이 돌봐줄 사람을 급히 구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자기주장을 펼치는 방법이 휴원이라니, 우리 아이는 볼모가 되었고 당연히 부모는 벙어리가 되어야 합니다”고 한탄했다.

’mario(pur***)’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남성은 “보육교사들의 노고에 공감하고 정부가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각 가정의 상황을 진심으로 공감하려는 원장들이라면 휴원은 하지 않습니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서 어린이집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런 부모님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wille(76-a****)’라는 아이디의 한 여성은 “어차피 국가에서 지원해주니 이참에 보육료를 인상해 보자는 것 같은데 정말 속 보이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경기가 안 좋은 요즘에 국가에서 보육료 지원 을 확대하는 이 시점에 꼭 보육료 인상을 위한 시위를 해야 하는 건지, 보육료가 인상되면 선생님들 월급은 제대로 올려주실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당당하게 아이를 볼모로 시위하는 어린이집 운영자분들은 누구의 돈으로 운영하고 계신 것인지, 2년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사람에게 의논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쪽지 하나로 휴원을 통보하니 정말 섭섭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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