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 눈에 띄지 않는 ‘물가장관회의’

장관들 눈에 띄지 않는 ‘물가장관회의’

입력 2012-03-15 00:00
수정 2012-03-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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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들로 ‘북적’…박재완 “출석률 점검하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주 주재하는 물가 관계장관회의가 ‘차관회의’로 전락한 듯하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탓이다.

회의의 ‘좌장’인 박재완 장관은 급기야 최근 회의에서 ‘군기 반장’을 자처했다는 후문이 나돈다.

15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총리실을 제외한 대부분 부처에서 최근 장관 대신 차관이 물가관계장관회의에 대거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등 물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처들과 관세청, 국세청 등 청(廳)급 기관의 수장이 참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관장 일정에 따라 차관이나 1급 간부들을 대신 보내도 되지만 회의명이 ‘물가관계장관회의’인 만큼 장관이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관 참석률이 떨어지자 매주 회의를 주재하는 박재완 장관은 지난 9일 회의에서 일침을 가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작심한 듯 “누군가는 (물가장관회의의) 출석률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멕시코시티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마치고 지난달 29일 아침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간단히 세수하고 중앙청사로 직행해 물가회의를 주재한 적도 있다.

그의 발언은 그리 심각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다른 부처 장관들의 무성의한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물가관계장관회의의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장·차관의 출결상황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타 부처 장관이 물가 관계장관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박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 등 유사한 성격의 장관급 회의가 존재하고 부처별 외부 강연과 출장 등 소화해야 할 일정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한 마디 쓴소리를 하거나 회의의 좌장이 참석을 독려하고 나서야 참석률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관계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물가관리 ‘특명’을 내리자 저조했던 장관 참석률이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개월 만의 최저치인 3.1%로 낮아지긴 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는 초(超)고유가가 지속하는 마당에 물가회의에 장관들이 참석을 게을리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친(親)서민을 표방한 정부가 서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물가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물가는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고 정부도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일부 부처 장관만 열심히 출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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