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CD금리에 가계대출만 ‘신음’

왜곡된 CD금리에 가계대출만 ‘신음’

입력 2012-07-23 00:00
수정 201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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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 금리 변동 살펴보니

대출이자의 기준점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은행과 증권사가 밀약해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왜곡된 CD 금리 때문에 은행 돈을 빌린 가계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채 등과 주로 연동된 기업대출의 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CD 금리를 조작하지 않았더라도 CD 연동이 많은 가계대출로 짭짤한 이자 수익을 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금융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5월 기업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내린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신규 기업대출 금리는 5.98%에서 5.74%로 0.24%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5.46%에서 5.51%로 0.05% 포인트 올랐다. 시장금리 인하 추세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0.43% 포인트나 뛰어 비정상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 금리는 0.02%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가계가 은행 수입의 ‘봉’ 역할을 한 가장 큰 원인은 기형적인 CD 금리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166조 1000억원 가운데 CD 연동 대출 비중은 37%로 기업대출(143조 7000억원)의 CD 연동 비중 24%보다 월등히 크다. 기업대출은 금융채, 회사채의 금리와 연동돼 시장금리의 변화를 상대적으로 잘 반영한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 사이 금융채와 회사채 금리는 각각 0.18% 포인트와 0.47%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CD 금리는 0.05% 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식물금리’인 CD 금리를 대체할 지표 개발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CD 금리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금리 하락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 가계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면서 “대안이 될 지표금리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2-07-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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