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장 전력 숨기고 8월 평결 영향 끼쳤다” 재심리 결정여부 관심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미국 소송에서 배심원장이 자신의 파산 및 소송 관련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지난 8월 내려진 배심원단 평결을 파기해줄 것을 담당 판사에게 요청했다. 판사의 최종 판결에 삼성이 제기한 재심리 청구가 받아들여질지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배심원장인 벨빈 호건이 지난 1993년 파산을 신청했고 그의 전 직장인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인 사실을 판사에게 진술하지 않았다.”고 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게이트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분야에서 전략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과거 호건과 소송을 벌였던 변호사 가운데 한명은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의 변호를 맡은 회사의 관계자 이기도 하다. 호건의 입장에서는 삼성에 대해 충분히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호건은 판사에게 이를 숨기고 배심원장을 맡아 직간접적으로 그의 편견이 배심원단 평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삼성에 불편한 감정 가졌을 것”
호건은 35년간 시게이트를 비롯한 여러 회사에서 HDD 분야에서 일했고, 자신의 취미인 비디오 압축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특허를 얻고자 변호사들과 7년간 일하기도 했다.
호건은 이런 경험을 인정받아 이번 재판에서 9명의 배심원단을 이끄는 배심원장을 맡아 평결을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7개 특허 가운데 6개를 침해했고, 이에 따라 애플에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를 보상하라고 결정했다.
삼성 측은 호건이 배심원들의 의견 형성을 주도하는 등 배심원들 사이에서 사실상 판사 노릇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특허법 이론과 경험을 토대로 평결을 유도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는 만큼, 배심원 행동규범 위반 사실을 강조해 재심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실제 판결에서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뒤집는 평결불복판결(JNOV)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 평결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가 발견돼도 결론 도출 과정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독단적이지 않다면 평결이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평결 뒤집힐 가능성 크지 않은 편
한 특허업계 관계자는 “배심원의 과거 전력을 파고드는 삼성의 방식은 패소 측에서 흔히 채택하는 전략이지만, 특허 침해 여부를 가리는 소송에서 이 방법이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스마트폰 제조업체 리서치인모션(RIM)이 엠포메이션 테크놀로지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어 RIM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2-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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