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 ‘꽁꽁’…실질 소비지출 마이너스

가계소비 ‘꽁꽁’…실질 소비지출 마이너스

입력 2012-11-16 00:00
수정 2012-11-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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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ㆍ세금ㆍ연금ㆍ건강보험료 등은 급증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가계의 소비지출이 얼어붙었다.

3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2009년 1분기(-3.6%) 이후 최저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 여력 있어도 지갑 닫아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3분기 33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쓸 수 있는 돈은 늘어났지만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88만3천원으로 1년 전보다 24.8%나 늘어났고,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26.4%로 작년 동기보다 17.3% 상승했다.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도 73.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도시근로자가구의 3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67만원으로 1년 새 5.7% 증가했고 흑자액은 15.7% 늘어난 103만5천원이었다. 평균소비성향은 2.4%포인트 하락한 71.8%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확산에 통신비 지출 7.7% 급증

올해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6만7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올 1분기의 작년대비 증가율은 5.3%, 2분기는 3.6%로 소비 둔화의 분위기가 완연했다.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3분기 실질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1분기에 2.2%이던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2분기에 1.1%로 떨어진 후 하락 폭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전국가구의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무상보육과 누리과정의 정책효과가 뚜렷했다.

3월 시행된 무상보육 확대의 영향으로 복지시설 지출이 46.1%나 급감했다. 교육비 지출도 유치원비 지원ㆍ대학교등록금 인하 등에 따라 정규교육은 13.7% 감소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는 사교육비 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원ㆍ보습교육비 지출은 0.7% 떨어져 지난해 2분기(-1.0%)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건과 관련한 지출은 3.5% 감소했다. 지난 4월 약값 인하 이후 의약품 지출이 10.3% 줄어든 영향이다.

교통비는 완성차 파업의 여파로 자동차구입(-20.2%)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지출이 3.4% 줄었다. 주류ㆍ담배는 담배(-5.1%)의 감소에 따라 지출이 1.5% 감소했다.

월평균 통신비는 15만5천원으로 7.7% 급증했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통신장비 지출액이 308% 급증한 영향이다.

주거ㆍ수도ㆍ광열비는 21만2천원으로 1년 전보다 5.6% 증가했다. 전세 대란으로 월세가구가 늘면서 실제주거비가 7.8% 증가하고 고유가의 여파로 연료비도 6.1%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지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식료품ㆍ비주류음료는 4.2% 증가했고, 오락ㆍ문화 지출은 4.8%, 음식ㆍ숙박은 3.0%, 의류ㆍ신발은 2.1%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은 79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다. 이 가운데 경상조세 지출은 15만8천300원으로 12.5% 증가했다. 고용확대에 따라 국민연금 기여금 등 연금(8.2%),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7.2%)도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라 월평균 이자비용 지출은 9만7천으로 7.0% 증가해 가계에 부담을 줬다.

◇적자가구 비율 역대 최저

가계 소득이 증가한 데엔 근로소득 증가가 큰 몫을 했다.

전국 2인 이상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14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가계소득에서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이 7.8% 늘어난 덕분이다. 이 시기 취업자가 50만6천명 증가하고, 상용근로자 비중이 1.1%포인트 오르는 등 고용이 개선돼 근로소득이 증가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사업소득은 0.4%, 재산소득은 38.1%, 이전소득은 3.8% 각각 늘었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증가율이 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5분위(7.6%), 2분위(6.5%), 4분위(4.7%), 3분위(4.4%) 등의 순이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은 뺀 처분 가능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증가했다. 1분위는 10.4% 늘어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남에 따라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은 4.98%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적자가구 비율과 가계의 소비성향 역시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적자가구 비율은 24.6%로 관련 통계를 낸 2003년 이후 역대 3분기 가운데 가장 낮았다. 1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52.0%로 1년 전보다 7.3%나 떨어졌다. 저소득 가구 중 흑자를 보는 가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소비지출을 처분 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인 평균소비성향은 73.6%로 작년 동기보다 3.9%포인트 내렸다. 소득분위별로 전 분위에서 평균소비성향이 감소했다. 그 중 1분위 감소율이 10.7%포인트로 가장 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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