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장관회의 ‘독도분쟁’ 앙금 털고 관계개선 모색

한일 장관회의 ‘독도분쟁’ 앙금 털고 관계개선 모색

입력 2012-11-25 00:00
수정 2012-11-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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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서 3시간 만찬…양국 FTA 협상 재개 등 주목양측 장관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색깔에 맞춰 넥타이 착용

독도 공방으로 연기됐던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열림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의 디딤돌이 될지 주목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전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제5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정책 공조 강화에 합의했다.

지난달 한일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의 종료를 두고 서먹했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계 및 지역경제, 통화 스와프, 양국경제, 글로벌 협력, 역내협력, 경제통합 등 최근 경제 상황과 과제가 의제였다.

재정, 조세, 외환 등 양국의 정책방향에 대한 정보도 교환했다. 선진 주요국은 물론 일본의 양적 완화 조치를 두고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의는 콘텐츠보다는 만남이나 재개 자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컸다.

애초 8월 열리려다가 독도 문제로 무기한 연기된 ‘과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10월 한일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의 종료를 앞두고 물밑 신경전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도쿄를 방문한 박 장관이 조지마 재무상을 만나 재무장관회의를 적절한 시점에 재개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연내 재개가 불투명할 만큼 분위기가 냉랭했다.

이번 회의는 양국 간 영토 다툼 이후 사실상 처음 열린 공식적인 장관급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 간에 냉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경제 부문부터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공식적인 재무장관회의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이번 회의를 평가했다.

그는 “양국 간에 정치 부문 등등에서 긴장 국면이 있긴 하지만 그럴수록 경제 분야에선 협력을 강화해 그 효과가 경제 외 부문까지 확산하도록 노력하자는데 공감했다”며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

이에 따라 경제 부문의 관계 개선 의지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협상 재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공동보도문을 통해 밝혔다.

양국 FTA 협상은 2003년 11월 시작했으나 2004년 11월 6차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2008년 이후 지난 6월까지 여건 조성작업을 해왔으나 이 역시 독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진전이 없었다.

이번에 협상 재개 노력을 강조한 것은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한ㆍ중ㆍ일 3국 FTA 협상은 물론 한ㆍ중ㆍ일 3국이 포함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3국 FTA 협상도 중요하지만 한중, 한일 양자 협상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무장관회의는 이런 흐름을 기대할 만큼 우호적이었다.

박 장관은 회의 폐막에 앞서 조지마 고리키 일본 재무상과의 만남을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했다. 이날 회의가 매우 소중한 기회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그는 양국 관계를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협상의 관점이 아니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이해와 신뢰를 쌓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마 재무상도 “서로 협력해서 의사소통하고, 공동 대응하면서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그는 지난 두 달간 IMF 연차총회, G20 재무장관회의에 이어 세 번째로 박 장관을 만났다며 “제 친구 중 이렇게 자주 만난 사람은 박 장관 말고 없는 것 같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양국 재무장관 간 만남은 공식 회의 다음에 만찬으로 이어졌다. 후암동의 남산 자락에 있는 한 한정식당에서 3시간10분가량 진행된 만찬에서는 국산 수제 청주를 반주로 한류 드라마가 화제로 오를 정도로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만찬 장소를 남산으로 정한 것에 대해 “남산은 애국가에 나오는 우리 민족의 정기가 어려 있는 산”이라며 “여기서 식사하면 다음달 선거를 앞둔 (조지마) 장관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회의에선 양측의 넥타이 색깔도 눈길을 끌었다. 박 장관은 붉은색을, 조지마 재무상은 푸른색을 매고 나왔다. 박 장관은 “국가대표로 회담에 임한다는 자세로 (축구)국가대표 유니폼에 맞춰 넥타이 색깔을 코디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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