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임금근로자 우천 때 노동시간 가장 많이 줄여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많은 직장인이 ‘나만 그렇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비 오는 날 대다수 노동자가 일을 줄이고 여가를 늘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용관 연구원은 ‘날씨가 시간 사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을 한국경제학회지에 발표했다.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통계(1999년ㆍ2004년ㆍ2009년)와 기상청의 강수량, 기온, 습도 등 정보를 배합해 분석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로는 ‘오늘’만 비 올 때 남성은 노동시간을 22분 줄이고 여성은 16분 축소했다.
‘어제와 오늘’ 연달아 비가 오면 노동시간은 더욱 줄었다. 남성은 49분, 여성은 28분을 줄여 여가활동에 각각 28분, 8분 사용했다. 비가 노동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 노동자는 평소 주어진 업무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할애하므로 노동환경이 저해되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쉽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제만 비가 오고 오늘은 비가 오지 않을 때 노동시간이 남성은 18분, 여성은 14분씩 되레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과거에 비가 와서 노동시간을 줄였으면 나중에 노동시간을 늘려 충당하려는 경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늘만 비가 올 때 연령별로는 40대가 날씨 민감도가 가장 높았다. 40대는 직장에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어 20~30대보다 시간 사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여성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은 각각 2분, 5분, 26분, 23분 노동시간을 줄였다. 남성은 연령별로 모두 20분 안팎으로 줄여 연령별 격차가 적었다.
고용 형태별로는 남성 자영업자(-25분)의 노동시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비 오는 날 손님이 줄어 영업을 일찍 마치는 사례가 많았다.
여성은 고용주(-69분)의 노동 시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고용주가 되면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데다가 남편과 자녀가 일찍 귀가해서 가정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남성의 직업형태별로는 장치조작ㆍ조립(-32분)과 관리직(-30분)이 일을 많이 줄였다. 장치조작은 실외 작업이 잦은 까닭이다. 관리직은 대부분 고위층이어서 시간 조정이 유연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날씨가 나쁠 때 남녀 모두 실외 여가활동보다는 ‘TV 보기’ 등 실내 활동을 선호했다. 오늘만 비가 왔을 때 남성의 미디어 이용시간은 10분, 여성은 5분 늘어났다.
이 연구원은 “날씨가 안 좋아지면 실내에서 계획 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 활동시간이 늘어난다”며 “이런 경향은 남성, 임금근로자, 40대에서 강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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