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고용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의 수준인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제도적 무관심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입사 과정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더라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여성인력의 활용성을 높이고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OECD내 고학력 고용률은 최저ㆍ임시직 비중은 최고
20일 OECD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국내 고학력 여성고용률은 2011년 60.1%로 OECD 평균인 78.7%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비교 가능한 OECD 33개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반면, 국내 고학력 남성고용률은 89.1%로 OECD 회원국 평균 87.6%보다 높았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것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상황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제의원연맹(FIU)에 따르면 제19대 국회기준으로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의 15.7%(47명)다. 이는 세계 190개국 가운데 105위이고 북한(106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 비율은 9.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이상의 공공기관에서는 한 명의 여성임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꽤 큰 기업 규모를 가진 국내 10대 증권사도 여성 임원의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용 중 여성 임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27.7%로 OECD 회원국 평균(12.5%)을 크게 웃돌았고, 비교 가능한 22개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여성 임시직 근로자 수도 계속 늘어 1990년 165만9천명에서 2011년에는 289만5천명으로 74.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임시직근로자는 151만2천명에서 209만5천명으로 38.6% 증가에 그쳤다.
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본부장은 “OECD에서 임시직을 분류하는 기준이 국내와 달라 좀 더 작게 집계된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 여성 임시직 비율은 전체 여성 고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 첫 입사때도, 재취업때도 ‘차별’시달려
한국 여성 고용의 질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부장적 문화가 잔존하는데다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높아졌고 표면적으로는 양성평등 사회에 도달한 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문화적으로 ‘여성 상위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취업 전선에서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은 “채용에서 남성을 우대하는 관행이 아직까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고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도 많아 채용 과정에서 실력과 관계없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또 여성은 어렵게 직업을 구하더라도 그 직업을 유지하기보다는 경력의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여성 고용률은 56.1%로 급격히 하락한다.
김 본부장은 “30대는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상당수의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고 특히 고학력 여성은 출산·육아기에 퇴직한 이후 더 이상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않는 특징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재취업에 성공해도 그 지위나 업무 환경은 예전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회장은 “출산 후 여성은 재취업이 매우 힘들어 전문직에 있던 여성도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제도적 뒷받침 시급
전문가들은 여성 고용의 질이 앞으로도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의 경제성장률(GDP)이 연간 4∼5%에 이르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2~3%대에 머무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해 전반적인 고용률도 크게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에서도 고용에 적극 나서기 힘들 것이고 채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남성 위주로 진행돼 당분간 여성 고용률은 질과 양에서 모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여성 고용의 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집중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본부장은 “정부 정책이 보육이나 고용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 양쪽을 모두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여성 고용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기업의 모성보호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고용에서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의무적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노르웨이는 공기업과 상장기업에서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한 결과, 세계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여성은 입사 과정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더라도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여성인력의 활용성을 높이고 고용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OECD내 고학력 고용률은 최저ㆍ임시직 비중은 최고
20일 OECD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국내 고학력 여성고용률은 2011년 60.1%로 OECD 평균인 78.7%와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비교 가능한 OECD 33개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반면, 국내 고학력 남성고용률은 89.1%로 OECD 회원국 평균 87.6%보다 높았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것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상황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제의원연맹(FIU)에 따르면 제19대 국회기준으로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의 15.7%(47명)다. 이는 세계 190개국 가운데 105위이고 북한(106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 비율은 9.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 이상의 공공기관에서는 한 명의 여성임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꽤 큰 기업 규모를 가진 국내 10대 증권사도 여성 임원의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용 중 여성 임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27.7%로 OECD 회원국 평균(12.5%)을 크게 웃돌았고, 비교 가능한 22개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여성 임시직 근로자 수도 계속 늘어 1990년 165만9천명에서 2011년에는 289만5천명으로 74.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임시직근로자는 151만2천명에서 209만5천명으로 38.6% 증가에 그쳤다.
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본부장은 “OECD에서 임시직을 분류하는 기준이 국내와 달라 좀 더 작게 집계된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 여성 임시직 비율은 전체 여성 고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 첫 입사때도, 재취업때도 ‘차별’시달려
한국 여성 고용의 질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부장적 문화가 잔존하는데다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높아졌고 표면적으로는 양성평등 사회에 도달한 듯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문화적으로 ‘여성 상위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취업 전선에서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은 “채용에서 남성을 우대하는 관행이 아직까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고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도 많아 채용 과정에서 실력과 관계없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또 여성은 어렵게 직업을 구하더라도 그 직업을 유지하기보다는 경력의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여성 고용률은 56.1%로 급격히 하락한다.
김 본부장은 “30대는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상당수의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고 특히 고학력 여성은 출산·육아기에 퇴직한 이후 더 이상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않는 특징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재취업에 성공해도 그 지위나 업무 환경은 예전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 회장은 “출산 후 여성은 재취업이 매우 힘들어 전문직에 있던 여성도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제도적 뒷받침 시급
전문가들은 여성 고용의 질이 앞으로도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의 경제성장률(GDP)이 연간 4∼5%에 이르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2~3%대에 머무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해 전반적인 고용률도 크게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에서도 고용에 적극 나서기 힘들 것이고 채용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남성 위주로 진행돼 당분간 여성 고용률은 질과 양에서 모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여성 고용의 질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집중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태홍 본부장은 “정부 정책이 보육이나 고용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 양쪽을 모두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여성 고용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기업의 모성보호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지원이 강화돼야 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유지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김정숙 회장은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고용에서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의무적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노르웨이는 공기업과 상장기업에서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한 결과, 세계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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