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서 털고가자” 검증 서두른 듯재검증 성공 여부, ‘투명한 전문가 인선’이 첫단추
총리실이 4대강 사업 재검증에 착수키로 하면서 지난 17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로 촉발된 4대강 보의 안전성 등에 대한 논란이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총리실은 현 정부 임기내에 4대강 사업 전반에 걸쳐 재조사를 시작해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기를 고작 한달 남겨둔 현 정부가 방대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정부 입장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문제는 그동안 시민단체 등 반대론자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이번 감사원 발표로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장관이 감사원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정권말기에 부처 및 감사기관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임기내에 논란을 걷어내 다음 정부에서 국정조사·특검 등으로 비화되는 불상사를 막아보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누가, 어떻게 검증하나 = 총리실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전반적인 논란에 대해 모두 검증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 등 NGO들이 가장 문제삼고 있는 보의 안전문제를 비롯해 수질개선, 홍수예방과 물 확보의 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4대강 사업 전반을 포괄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 등이 주장하고 있는 4대강 보의 파이핑 현상과 보 붕괴 가능성, 보 설치로 인한 수질 악화 등도 검증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검증 주체는 관련 학회 중심으로 진행한다고 밝힘에 따라 대한토목학회, 수자원학회, 환경공학회, 생태학회 등이 공동으로 조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총리실장은 “검증단은 학회가 중심이 돼 민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고 민관 합동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4대강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검증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을 얼마나 객관적인 인사로 구성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토해양부는 이전에도 4대강 보의 하자 등이 발견돼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 민관합동 공동조사단을 투입했지만 반대 입장에 있는 전문가나 시민단체·환경단체 등은 조사단에서 배제해 검증 결과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기술적인 문제는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흑백이 명확하지만 4대강은 정치적 문제까지 얽혀 있다”며 “검증 결과를 국회와 국민에게 납득시키려면 찬반양론의 전문가가 모두 참여해 객관적이면서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검증은 총리실이 주축이 되지만 검증단 구성과 관련해서는 모두 학회에 일임하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며 “반대단체 등의 참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분야별로 조사 기간이 다른 만큼 검증이 끝나는대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에 검증단이 출범하면 3~4월에 1차 검증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보의 안전성, 수문 보강 등의 문제는 구조·토질 전문가들이 현장조사를 끝내면 바로 결론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르면 한두달 내에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수질 문제는 장기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논란 불식될까 = 정부는 이번 조치로 그동안 제기된 의문들을 해소하는데 주력하면 4대강을 둘러싼 논란도 일단락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정부 의지대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대강 수질악화·생태계 파괴·막대한 유지 보수비 투입 등의 논란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이미 감사원이 4대강의 문제점을 발표한 상황에서 총리실 감사 결과가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부 임기가 한달 남은 상황에서 실제 검증과 보완 방안 등은 차기 정부 몫으로 고스란히 넘어간다. 4대강 사업이 여전히 정치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민간 전문가는 “4대강 사업을 주도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2월 말이면 해체돼 4대강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차기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며 “4대강 논란이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