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해제 지원사격’ 불발, 재정부 “현행대로 유지” 결정
한국거래소가 계속 공공기관으로 묶이게 됐다. 자본의 국제화 시대에 맞춰 국내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방만 경영 우려와 독점 구조라는 반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당초 거래소 측은 기업공개(IPO)와 상장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외국 거래소에 맞서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거래소 지분이 1988년 증권사 등에 전부 팔려 정부 지분이 없는데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직전 “필요할 경우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거래소는 잔뜩 고무됐다. 금융위원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재정부에 제시하는 등 ‘지원 사격’도 이뤄졌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금융위가 추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대체거래소가 포함돼 있다.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한국거래소의 독점 구조가 풀리게 된다. 재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독점적 사업 구조가 해소되면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방만 경영 우려에 대해 거래소 측은 “옛날 얘기”라며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방만 경영과 관련된 지적은 하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2006~2008년 거래소 이사장의 연봉은 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복리후생비도 60% 이상 늘었다.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되면서 지금은 원래대로 되돌아온 상태다.
허술한 내부통제도 거래소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에는 기업 공시정보를 사전에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던 코스닥시장본부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독점 구조에서 통제도 받지 않는다면 거래소를 이용하는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에서 풀려 나려면) 독점수익 처리 방안과 감독 기능 분리 등에 대한 교통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심을 끌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민영화를 위한 IPO가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이 감안돼 논의대상에서 빠졌다. 공운위는 지난해 대비 7개 증가한 295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2-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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