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다 금리 다르고 소득증빙서류도 필요해 가입엔 신중
”요즘 워낙 금리가 낮아서 이만한 상품 찾기 쉽지 않네요”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18년 만의 부활’을 알린 6일 시중은행 창구에는 재형저축 문의가 밀려들었다.
3월 초를 손꼽아 기다려 온 고객들은 이날 오전부터 영업점을 찾아 상담하거나 문의전화를 하며 얼마나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다만, 은행들이 치열한 눈치 경쟁 속에 전날에야 금리를 확정한데다 가입 시 소득확인증명서가 필요해 실제로 신규가입을 하는 고객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서민들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한 재형저축 출시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행원이 고객에게 재형저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이날 오후 재형저축에 가입하러 명동의 우리은행 영업점을 찾은 직장인 김수림(29·여)씨는 “금리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만한 상품도 없는 것 같다”며 첫날부터 가입을 서두른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이 있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일명 ‘장마’)에 매달 30만원씩을 넣어왔지만, 뚝 떨어진 금리 때문에 재형저축으로 ‘갈아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2008년에 연 4.8%로 가입한 ‘장마’ 금리가 2009년부터 바로 3%대 중반으로 떨어졌다”며 “재형저축은 일단 3년간 4.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 매달 50만원씩 넣어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구로동에 있는 기업은행 영업점에서 재형저축에 가입한 진수관(33)씨는 “급여통장이 기업은행에 있어 우대금리까지 연 4.6%를 꽉 채워 받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진씨는 “전에 가입한 다른 적금보다 재형저축 금리가 더 높다”며 “곧 결혼하는데 10년쯤 뒤에는 목돈이 필요한 일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 모아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가입자가 상담이나 문의를 해오는 고객만큼 많지는 않다.
이날 판매가 시작된데다 은행마다 금리와 상품 구조가 다 달라 고객들이 상품을 꼼꼼히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막판 눈치 경쟁으로 전날에야 금리를 확정하는 바람에 고객들을 끌어모을 가장 큰 ‘당근’인 금리 홍보도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구로디지털금융센터의 김정아 차장은 “아직 첫날이어서인지 우대이율 적용 조건 등 금리만 알아보고 가는 고객이 많다”며 “문의 고객의 절반 정도는 적극적으로 가입하겠다는 분들이었는데 서류를 모두 갖춰온 고객은 없었다”고 말했다.
역시 이날부터 재형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도 표정은 비슷하다.
11개 상품을 출시한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증권사 상품은 3년까지 최고 4.6% 확정금리가 적용되는 은행권 상품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홍보가 안 돼 아직 가입자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은행들 마케팅 경쟁 속 불완전판매 우려에 ‘조심, 또 조심’
은행들은 재형저축이 7년 이상 거래할 장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만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국세청 소득확인증명을 신청하기 번거로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대신 세무서를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는 ‘서비스’도 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재형저축 가입용 소득확인증명서는 위임장과 신분증만 있으면 정식으로 대리 발급받을 수 있다”며 “직원이 몇 분 고객의 서류를 모아서 직접 세무서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고객 7명의 위임장을 들고 세무서에 다녀왔다는 국민은행의 영업점 관계자는 “재형저축 가입용 소득금액증명서를 떼러 온 사람이 너무 많다며 세무서에서 일단 서류를 내고 돌아갔다가 오후에 다시 오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적극적인 영업활동 속에 불완전판매 우려도 커짐에 따라 은행들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홍보 전단을 만든 은행들은 중도해지할 때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붉은 글씨로 써넣거나 재형펀드 등과 함께 자산을 배분해 적립하는 것이 좋다는 권유 사항을 적어넣기도 했다.
7년 이상 유지해야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만큼 장기간 묶어둘 수 있는 ‘여윳돈’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복잡한 상품의 세부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일부 직원이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일도 있어 분쟁 발생 소지가 있어 보인다.
재형저축은 ‘직전 과세기간’ 총 급여액이 5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금액이 3천500만원 이하인 고객으로 가입 대상이 한정된다.
올해 가입한다면 2012년 소득확인증명서가 필요하지만 국세청에서는 6월까지 2011년 증명서만 뗄 수 있다. 우선 이 서류로 상품에 가입하고서 추후 2012년 자료가 나오면 연소득이 5천만원을 넘을 때 상품을 해지해야 한다.
그러나 한 국책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6월까지 가입하면 2011년 증명서만으로 예금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2012년 소득은 상관이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2012년 소득확인증명서가 나오지 않아서 가입 후 상품을 해지해야 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재형저축 가입 적격 여부는 국세청이 내년 2월까지 금융사에 확인·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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