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증액안으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못해코레일 “대손충당금 쌓았다”…서승환 내정자, 정부 개입에 ‘신중’
30조원 규모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산할 경우 최대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또 코레일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시행사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자본금 4조원 증액안이 현실화하면 ‘프로젝트금융투자업’으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코레일의 자본금은 작년 말을 기준으로 8조원대로, 아직 수령하지 않은 용산 사업 부지 처분 이익이 7조원 이상 들어가 있다. 현재로선 용산사업관련 손실 등을 반영하지 않아 자본금이 플러스로 유지되고 있으나 사업 파산 시 관련손실과 추가 비용을 반영하면 코레일은 완전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이는 2005년 1월 코레일 출범 이래 8년 만이다.
또 코레일의 계획대로 드림허브 자본금을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하면 현 출자구조로는 드림허브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코레일은 자본금 증액으로 드림허브 보유 지분을 25%에서 57%로 늘려 경영권을 확보, 용산사업을 공영개발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 출자구조에서 코레일 방침대로 자본금을 늘리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우리은행·삼성생명·KB자산운용·푸르덴셜·삼성화재 등 금융권 보유 지분이 23.65%에서 4.73%로 떨어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운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현행 법인세법 등 관련법상 취·등록세 50% 감면, 이익의 90% 이상 배당시 비과세혜택이 부여되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금융기관(재무적투자자)이 5% 이상 출자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간출자사들이 증자 참여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용산사업은 다른 자금 조달 방식이나 출자사를 찾지 못하면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금이 바닥난 용산개발 사업은 12일 59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등 4월까지 총 5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대한토지신탁은 출자사들이 지급보증을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금 257억원을 드림허브에 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2천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8일까지 청약하지 않으면 12일까지 조달이 어렵다. 현재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 중 청약 의사를 밝힌 곳은 아직 없다.
이에 따라 정부도 코레일 자본잠식 등을 우려해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코레일의 자본이 잠식되면 공사채 발행이 중단돼 철도관련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고 철도 역사 등 보유 자산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넘어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코레일이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용산사업 파산 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았고 자본이 완전히 잠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채권 발행이 막혀도 은행권에 단기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코레일 입장에서 역세권 개발은 부대사업인 만큼 신중했어야 했다”며 “공기업의 자율경영권을 보장해준 상황에선 정부가 개입하고 싶어도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용산개발 사업에 직접 개입하는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도 이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용산개발 개입 여부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는데 국토부가 사업권에 개입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 역시 1천748억원을 쏟아 부어 사업 파산 시 존립이 어려워진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용산사업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코레일이 주도해선 안 된다”며 “도시계획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험 있는 주체가 시행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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