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따른 불완전판매·’자폭통장’ 우려 여전증빙서류 확대·고정금리 상품 출시 등으로 ‘갈팡질팡’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목돈마련 저축인데다가 세제 혜택까지 있어 근로자들의 대표 금융상품으로 단번에 부상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금리 출혈경쟁과 혼탁영업 징후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재형저축 출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일 오후 4시까지 16개 은행에 만들어진 재형저축 계좌는 모두 73만2천개다. 새마을금고와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개설된 재형저축펀드를 합하면 74만5천개로 불어난다.
은행권에서 추정한 재형저축 가입 예상 고객이 9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주말을 제외한 닷새 만에 예상 고객의 8%가량이 계좌를 튼 셈이다.
재형저축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 데는 은행들의 지나친 실적경쟁이 한몫했다.
재형저축은 7년 이상 유지해야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은행마다 상품의 세부 구조가 다르지만, 대체로 현재 제시된 최고금리는 3년만 적용되고 4년째부터 변동금리다.
은행들은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예금을 중도 해지하거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장기 고객을 끌어모으려고 벌이는 은행권의 ‘경매입찰식’ 금리 경쟁도 계속돼 소비자로선 혼란스럽다.
출시 직전까지 은행권 최고 금리는 우대이율을 포함해 최고 연 4.6%를 주겠다고 밝힌 건 기업은행 재형저축이었다.
그러자 출시 당일 광주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4.2%와 4.3%였던 금리를 4.6%로 높여 최고금리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은행은 4.2%에서 4.6%로 금리를 올리려다가 최종 금리를 4.5%로 낮추기도 했다.
금감원은 금리 과열경쟁이 빚어지자 뒤늦게 7~10년 고정금리 상품이나 최저금리보장형 상품 출시를 유도했다.
상품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변동금리 전환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민원이 빗발칠 우려를 의식해서라는 지적이 많다.
과열 경쟁에 따른 ‘자폭통장’도 논란을 낳고 있다. 자폭통장이란 은행원들이 실적을 채우고자 가족이나 친척, 친구 명의의 통장을 만들면서 본인의 돈을 1만~2만원씩 넣어두는 통장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재형저축 초입금이 전체 은행권 평균의 3분의 2 수준인 약 6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형저축 출시 초반의 혼란에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당국의 미숙한 대응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재부는 재형저축 가입용 소득확인증명을 떼려는 사람이 몰려 국세청 홈택스 웹사이트가 마비되자 근로소득만 있는 가입자는 회사에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만 떼도 된다고 국세청과 금융권에 황급히 공지했다.
재형저축 가입용 소득확인증명도 6월까지는 2011년 귀속분만 뗄 수 있어서 이 서류로 올해 재형저축에 가입한 근로자들은 7월 들어 2012년 소득이 5천만원 이상으로 확정되면 상품을 해지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소득증빙서류 인정해야 한다는 점은 은행들이 몇 달 전부터 지적해왔던 것”이라며 “(당국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다가 일이 터져야 나서는 탁상행정을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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