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밤새 무슨일이…천당에서 지옥으로

용산개발, 밤새 무슨일이…천당에서 지옥으로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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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주주 자존심 싸움에 끝내 사업 좌초협상, 반전에 반전 거듭…언론 ‘오보 소동’까지

30조원 규모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금융이자 ‘59억원’ 때문에 생사를 오갔다.

막판까지 단기 자금 수혈 여부를 놓고 1, 2대 주주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자존심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용산개발 출자사들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디폴트로 가자”는 식의 벼랑 끝 협상을 벌이는 등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전날 도래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오후 4시 은행 영업 마감까지 갚지 못해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를 맞았다.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대한토지신탁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액 257억원 가운데 보유 지분(25%)에 해당하는 64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지만 대한토지신탁이 승소액 257억원 전액에 대해 지급보증 등을 요구하면서 돈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마감 시한을 두 시간 넘겨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64억원에 대해 연대지급보증을 서기로 대한토지신탁과 극적으로 합의, 가까스로 디폴트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국면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금 지급 직전에 또 다른 복병이 발목을 잡았다. 합의문의 문구와 64억원 외에 가압류 등 추가 소요 자금 부담 주체를 놓고 대한토지신탁과 출자사 간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대한토지신탁은 소송 진행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세금 가압류 등으로 인한 추가 소요 자금도 코레일이 지급보증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코레일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난색을 표했다.

코레일 측은 “추가로 들어가는 자금에 대해선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나 삼성물산 등 다른 출자사들이 지분율만큼 지급보증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롯데관광개발은 코레일이 협상안의 문구를 핑계로 64억원에 대한 지급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디폴트를 유도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대한토지신탁이 64억원 외에 추가 자금의 지급보증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반면 롯데관광개발 등은 최대 64억원 한도 내에서 가압류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지급보증하라는 의미였다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결국 대한토지신탁과 코레일,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등 관련자 간 협상은 밤 10시를 넘겨 결렬됐고 최종 자금 결제도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코레일은 “부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다른 출자사들은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코레일에만 부담을 미뤘다”며 “이렇게 가는 것보다 디폴트가 낫다”면서 민간 출자사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관광개발 측은 대한토지신탁이 막판에 추가 소요 자금에 대해선 자신들이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코레일이 협상안의 사소한 문구를 문제 삼아 확약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만약 최종 디폴트가 된다면 그 책임은 코레일에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건설업계는 용산개발 출자사들이 막판까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추가 부담을 미루고 최종 부도에 대한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도 정상화가 되기 힘든 상황인데, 용산개발 출자사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거짓 공방과 말다툼만 벌였다”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까지 이자 52억원을 최종 결제하지 못하면 전날 만기 도래한 2천억원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아 용산개발은 채무불이행으로 파산 절차로 갈 가능성이 크다. 용산개발 측은 지금까지 총 2조4천억원의 ABCP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들도 대규모 ‘오보 소동’을 빚었다.

전날 저녁 ‘극적 합의로 대토신이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에 대부분 언론은 ‘용산개발 사업이 이자를 갚아 한 고비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밤늦게 다시 협상이 결렬돼 결국 이자를 납입하지 못했고 이같은 소식이 다음날인 13일 아침에야 알려지는 바람에 전날 저녁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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