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애매모호·해석 제각각
재계가 창조경제 때문에 바쁘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정리를 끝낸 대기업들은 정부 구상에 화답하는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에 착수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애매모호한 창조경제의 개념을 파악하느라 갈팡질팡하고 있다.31일 재계에 따르면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의 개념이 명쾌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를 올해 경영전략에 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통일된 개념이 없는 만큼 기업마다 해석도 ‘창조경제는 융합이다’(A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이 바로 창조경제의 근간’(B기업), ‘창조경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C기업) 등으로 제각각이다.
주요 그룹의 한 임원은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우리 나름대로 해석을 했지만 그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고, 그래서 실천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맞춰 경영 계획과 투자 규모 등을 결정해야 하지만 모호한 개념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지금은 창조경제가 뭔지 모색하는 단계”라며 “섣부르게 움직이기보다는 당분간 정부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일부 대기업은 자신들의 해석에 따라 창조경제 실현에 착수했다. 가장 확실한 밑그림을 그린 곳은 삼성이다. 최근 삼성 사장단은 창조경제와 그룹의 과제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삼성은 인재육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인프라의 고도화, 이종산업 간 창조적 융합,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은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삼성이 올 상반기 대졸자 공채에서 통섭형 인재 선발 과정을 처음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는 인문·예체능계 전공자를 뽑아 6개월 동안 집중 교육 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양성한다.
다른 대기업도 ‘창의력’과 ‘실천력’에 초점을 맞추고 신입 사원 선발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화는 올부터 인적성시험을 폐지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이력서에 증명사진은 물론 출신학교 항목도 없앴다. KT는 서류만으로 경험과 끼를 보여 주기 어려운 지원자를 위해 오디션 형식의 현장 면접도 진행한다. 산업 융복합을 이끄는 연구인력에 대한 대접도 후해지고 있다. ‘시장 선도’를 주창하는 LG그룹은 최근 이례적으로 연구·개발(R&D) 책임자 25명을 전원 발탁, 승진시키기도 했다.
창조경제의 ‘산파’였던 김광두 미래연구원장은 최근 강연회에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다른 개념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중소기업의 창조성을 높이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유휴특허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대여해 기술 전파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업체 채용박람회’를 통해 구인난을 겪는 중소 협력업체 지원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부터 ICT솔루션을 제공, 중곡제일시장을 대형마트 공세에도 든든히 맞서는 ‘스마트 시장’으로 변화시켰다.
박상숙 기자·산업부 종합 alex@seoul.co.kr
2013-04-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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