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는 기저효과와 정책효과 겹쳤기 때문” 반론도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째 1%대 상승률로 하향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저물가 현상까지 겹쳐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6%를 기록한 이래 5개월 연속으로 1%대를 기록했다.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3개월째 1%대 수준을 유지했다. 거래 빈도와 지출 비중이 커 체감물가 역할을 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0%대를 나타냈다.
2011년에 연간으로 4.0%를 나타낸 데 이어 지난해 3월까지 3%대를 보인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 고온, 장마, 혹한 등 이상 기후와 구제역, 고유가 등으로 고물가에 시달린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저물가 현상은 반길 만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달가워할 만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 경제가 전월 대비 분기 성장률이 7분기째 0%대라는 저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저물가·저성장을 보면 디플레 징후가 갈수록 짙어지는 듯하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째 마이너스를 보인 점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보태는 요인이다.
특히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부채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더한다. 부채 디플레이션은 채무 부담에 담보로 맡긴 자산을 처분함으로써 물가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23조6천억원 늘며 역대 최고치인 959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 가격이 12개월째 하락,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빙하기다. 현재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지만,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실질금리 부담이 늘어나면 언제든지 부채 디플레가 촉발될 수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의 내수 위축 압력 때문에 수요 부분에서 물가를 올리는 힘이 약해졌다”며 “서비스 물가도 국내 자영업자 간 경쟁은 계속되는데 소비가 뒷받침되지 못해 가격을 못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성장에 저물가가 겹친 것은 맞지만 디플레를 우려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이견도 만만찮다.
지난해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보육비 지원과 같은 정책 효과가 겹쳐 물가가 안정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하고 역(逆)기저효과가 생기면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2.3%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까지 물가가 1% 중반대이므로 정부 전망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하반기 물가가 2% 중반대까지 오른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 예측치인 2.3%엔 하반기엔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함축돼 있다.
대신증권 최현기 연구원은 “기저효과가 반영돼 물가가 안정됐지만 하반기엔 지금보다 올라갈 것”이라며 “올해 경기가 상반기보단 하반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 인플레이션이 동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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