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윤증현때 ‘재정부’ 최근 ‘기재부’로 언론 요청
장관 취향에 따라 부처의 약칭이 오락가락한다.그러다 보니 해당 부처 공무원들도 헷갈린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어느 개발도상국 사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얘기다.
9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약칭을 ‘기재부’로 통일해 달라고 부처와 언론 등에 요청했다.
표면적 이유는 기재부와 재정부 등으로 섞여 불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재정부는 “경제총괄 부처임에도 부처 이름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경제정책을 홍보할 때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되면서 생겼다.
약칭 논란은 재정부 설립 초기부터 나왔다. 과거 지식경제부를 지경부로 부른 것처럼 외부에서 기재부로 부르자 재정부는 ‘예산과 세제, 경제정책 등을 담당하는 경제 총괄 부처의 성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재정부에서는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평가를 진행했고, 그 결과 재정부로 정리됐다. 강만수·윤증현 전 장관 시절에 주로 재정부로 불린 까닭이다. 하지만 박재완 전 장관 이후 슬그머니 기재부 역시 혼용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라고 부르면 기능이 너무 한정돼 보이는 만큼, 기재부라는 추상적인 이름이 차라리 낫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로의 약칭 정리는 ‘기획’ 업무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경제기획원(EPB)의 ‘기’(企)자를 약칭에 넣고 싶어하는 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뜻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추경호 1차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모두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04-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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