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93개 구매에 271만원 지출 소비자원 실태조사 결과, “외국이 30% 더 싸”
최소 100만원이 넘는 뤼이비통 가방이 ‘여성 국민 가방’이 돼버린 대한민국 수입 명품의 소비 현주소는 어떨까.우리나라 성인은 값비싼 수입 명품을 평균 9개 정도 갖고 있으며 매년 2개 정도를 새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입 명품 소비가 전 세계 5위권에 달할 정도지만 가격은 구매력 기준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매년 수입 명품 평균 2개 구입…자기 만족 위해
10일 한국소비자원이 20세 이상 수입 명품 구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구찌, 샤넬, 프라다 등 수입 명품을 평균 8.81개 보유했다.
수입 명품을 평균 1~3개가 갖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37.9%, 4~5개가 22.4%, 6~10개가 21.9%였다. 평균 11~15개의 수입 명품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5.7%, 50개 이상도 3.4%였는데 이 가운데 100개 이상이라는 응답자는 0.9%였다.
이들이 연간 사들이는 수입 명품은 평균 1.93개였다. 평균 3개 이하가 전체의 91.7%였고 4~5개(5.7%), 10개 이상(1.3%) 순이었다.
수입 명품의 모조품인 ‘짝퉁’을 산 적이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45.6%에 달했다.
연간 수입 명품 구매에 지출하는 금액은 평균 271만원이었다. 연간 1천만원 이상 구입자가 5.2%인데 이 가운데 2천만원 이상자도 1.9%였다.
수입 명품 1개당 평균 가격은 가방이 200여만원, 지갑이 64만여원, 벨트가 48만여원, 신발이 68만여원, 의류가 84만여원, 시계가 410여만원이었다.
소득별로 따져본다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수입 명품을 평균 17.82개 보유해 월소득 299만원 이하인 저소득층(5.22배)보다 3.4배 많았다. 연간 명품 구매 개수는 고소득층이 평균 3개, 저소득층이 1.52개다. 명품 구입액은 고소득층이 평균 528만원, 저소득층이 186만원이었다.
국내 수입 명품 시장 규모는 2010년 5조원으로 매년 1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10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다른 상품 대신 수입 명품을 사는 이유는 ‘자기만족’(49.1%)이란 답변이 최다였다. ‘품질 우수’(20.6%), ‘남들이 많이 사용’(13.1%)도 있었다.
구매 계기는 ‘이전부터 구매 계획’이 전체의 59.1%로 가장 많았다. ‘할인판매를 해서’(19.7%), ‘기분 전환’(10.6%), ‘점포에 우연히 들렸다가’(7.3%)도 적지 않았다. 명품 구매를 위해 다른 비용을 절약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7.4%에 이르렀다.
구매 장소는 백화점(45.5%), 면세점(19.2%), 인터넷·홈쇼핑(14%) 순이었다. 제품 및 가격 탐색은 인터넷에서 하지만 구매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는 성향을 반영했다.
응답자의 22.1%는 수입 명품을 사려고 국외 여행까지 했다. 다른 국외 여행자에게 수입 명품 구매를 부탁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53.5%에 달했다.
◇국내만 들어오면 비싸지는 수입 명품…의류 피해 커
소비자원이 루이뷔통 등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판매되는 명품 가방류 50개 가격을 분석해보니 구매력 지수 기준 한국(100)이 대만(133.7)에 이어 가장 비쌌다.
외국 평균이 70.5에 불과했다. 같은 제품을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30%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 기준으로 보면 한국(100)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일본(103.8), 대만(100.3)에 이어 수입 명품 가격이 높았다. 외국 평균은 88.23이었다.
국내 수입 명품 시장은 독점적 수입업자에 의한 유통점 관리와 국외 본사의 가격 결정권 행사로 가격 경쟁이 거의 없어 외국보다 가격이 비싼 것으로 추정됐다.
소비자원은 “수입 명품 간에 경쟁의 여지가 있으나 실제로는 사업자들끼리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경쟁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입 명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급증 추세다.
2008년 154건에 불과했으나 2009년 279건, 2010년 325건, 2011년 467건으로 늘었다. 2008~2011년 수입 명품 피해 접수 품목은 의류(46.9%), 가방·지갑(38.9%), 신발(6.1%) 순이었다.
명품 구매 경험자 1천 명 가운데 ‘가격이 비싸다’는 응답도 81.2%나 됐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에도 수입 명품 가격이 인상된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78.9%가 ‘부당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구매자 중 피해를 본 경우는 전체의 25.7%였는데 이 가운데 피해 처리 기간이 한 달이 넘는 경우가 32.7%로 가장 많았다.
피해 소비자가 AS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은 평균 18만5천여원이었다.
수입 명품이란 명칭을 놓고도 논란이 많다.
수입 명품을 ‘명품’으로 부르는 게 적정한지 소비자원이 대학교수, 소비자학 박사, 국어학자 등 12명에게 자문해보니 7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유명 브랜드’, ‘유명 고가 브랜드’, ‘고급 브랜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명’을 첨가하는 것도 부적절하며 단순히 ‘외국 물품’, ‘수입품’ 같은 용어가 적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타인의 명품 소비를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경우는 돈이 많으면 괜찮다고 허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면서 “수입 명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 유명 고가품 또는 고가 수입품으로 명칭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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