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대비 국가부채 90% 넘으면 성장둔화 주장…저자들 오류 시인
전 세계 정책결정자들에게 긴축정책의 정당화 근거를 제공해 온 유명 경제학 논문에 계산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문제의 논문은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0년 발표한 ‘부채시대의 성장’(Growth in a Time of Debt)이다.
이 논문은 44개국 경제지표를 분석,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성장률이 현저히 둔화한다는 주장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라인하트·로고프 교수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마이너스 0.1%의 실질 GDP 성장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다만 국가부채 비율이 90% 미만일 경우 부채와 성장률의 관계는 약하다고 봤다.
이들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논문의 작성 과정에서 착오를 범했다고 시인했다.
이들은 “항상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했는데도 논문에서 이런 오류가 발견돼 정신이 번쩍 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앰허스트대 연구진이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에 코딩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앰허스트대 연구진은 자체 분석을 통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90% 이상인 국가들의 연간 성장률은 평균 2.2%로 (90% 미만 국가들과) 그다지 극적인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다만,극심한 부채를 안은 국가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인 경향은 이들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인하트·로고프 교수도 성명에서 “이번 착오가 논문의 중심적 메시지에 어떤 방식으로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이번 일은 단순 사고라고 강조했다.논문의 본래 요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인하트·로고프 교수의 논문은 긴축정책을 옹호하는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에게 빈번히 인용됐다.이들은 2009년 공저한 책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로도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높은 부채비율이 성장률 저하의 원인이 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이들의 논문은 이제까지 “매우 쓸모가 있었다”며 두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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