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실적 하루 2~3건뿐
보험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가입하는 온라인 다이렉트 연금저축이 출시됐지만 가입 실적이 하루 2~3건꼴로 저조하다. 한 달에 수십만원씩 내야 하는 보험 계약을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아직 생소해 불안감이 큰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수료를 낮춰 싼값에 국민의 노후 대비를 돕는 역할을 하는 만큼 금융 당국의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과 IBK연금보험은 지난 1일부터 가입 초기에 해지해도 원금의 95%를 돌려주고 사업비를 대폭 낮춘 연금저축보험 판매에 들어갔다.
IBK의 무배당 행복플러스연금보험은 지난 15일까지 34건 팔렸다. 하루 2건 꼴이다. 판매금액은 900만원이 채 안 된다. KDB의 다이렉트연금보험도 52건, 1020만원 판매에 그쳤다.
설계사 수수료와 점포 운영비를 빼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싼데도 이렇듯 실적이 저조한 것은 왜일까. 업계에서는 생명보험상품은 한번 계약하면 수십년 유지되는 상품이라 부담감이 큰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약관을 인터넷으로 읽고 확인절차를 거치기엔 여전히 설명문구가 어렵다는 점도 꼽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해마다 갱신하는 상품이라 그만큼 친근하고 여러 통로로 알려져 있어 인지도가 높지만 연금저축은 아직까지는 인터넷 가입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삼성·한화·교보 등 자금력이 확실한 대형사들의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후 대비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성 상품임에도 이윤이 박하다는 이유 등으로 아예 판매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설계사 조직의 반발과 낮은 수수료 등도 보험사들이 판매를 망설이는 요인이다.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KDB생명 측은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해 홈페이지로 고객을 유도해야 하는데 아직 본격적 활동을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로서는 기존 설계사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금융 당국이 말로만 활성화를 외치지 말고 좀 더 (부담을 상쇄할 정도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3-04-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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