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6개 대학병원 로비 조사결과
환자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유명 대학병원의 로비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는 그람음성박테리아(그람음성균)와 곰팡이 등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팀은 서울과 경기지역의 6개 유명 대학병원 로비에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공기 중 시료를 채취해 그람음성박테리아와 곰팡이 등의 미생물 오염수준을 평가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환경공중보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조사기간 6개 대학병원(서울 4곳, 경기 2곳)의 로비 중앙에서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시간대별로 모두 76개의 공기 중 시료를 채취했다. 이번 조사 대상 대학병원의 병상수는 최소 530병상에서 최대 1천200병상으로 다양했다.
우선 공기 중 오염정도를 나타내는 그람음성박테리아는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검출됐다. 살모넬라균·이질균 등을 포함하는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이다.
특히 조사대상 6곳 중 한 대학병원의 시료에서는 최대 1천ℓ당 110마리의 그람음성박테리이가 검출되기도 했다.
또 일반적인 박테리아 검사에서는 76개의 시료 중 36%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테리아는 일반적인 공공장소에서도 검출될 수 있는데 보통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섞여 있어 그람음성균처럼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6개 병원의 평균 박테리아 수로 보면 공기 1천ℓ당 720마리로, 환경부의 실내오염 기준치(1천ℓ당 800마리)에 근접했다.
그러나 여름철에 채취한 시료에서는 평균 박테리아 수가 1천ℓ당 970마리로 환경부 실내오염 기준치를 초과해 개선이 필요했다.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해균이 많다는 의미다. 모 대학병원의 시료에서는 1천ℓ당 최대 1천200마리의 박테리아가 나왔다.
곰팡이(진균)는 76개 모든 시료에서 검출됐고 평균 오염수준은 1천마리당 77마리였다. 곰팡이는 우리 몸 모든 부위의 피부에 침범할 수 있지만 발에 생기는 무좀이 대표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곰팡이에 대한 실내 환경기준이 없다.
병원 로비의 시간별 오염도는 그람양성박테리아와 곰팡이의 경우 오후 5시대에 가장 높았고, 박테리아는 오전 9시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병원 로비의 미생물 오염이 여름일수록 , 사람 수가 많을수록 심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병원 내 환기시설, 습도, 병원규모 등도 오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류했다. 이중에서도 로비에 설치된 환기장치(공조장치)가 주 오염원이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지목했다.
박동욱 교수는 “병원 내 공조장치에는 오염공기가 모이는데다 습기도 높아 미생물이 과번창하기 쉽다”면서 “국내 병원에는 아직까지 공조장치는 물론 원내 감염에 대한 기준과 관리가 미흡한 만큼 감염 우려가 큰 수술실, 응급실, 소아병동 등을 중심으로 평가와 관리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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