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통위 앞두고 또 금리인하 압박… 독립성 훼손 논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추경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규모와 내용 면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민간 투자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를 위해서는 한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한은은 독립이 자기 조직을 위한 독립이 아니라 국민 경제를 위해 필요한 독립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또는 호주 늘보(나무에 매달려 사는 동물로 움직임이 느리고 굼뜨다)의 행태를 보이는 그런 일은 없도록 고심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4월에는 동결했지만 5월에는 알아서 잘 판단하리라 본다”는 발언에 이어 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초에도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선진국들이 속속 금리를 내리면서 한은의 입지도 더 좁아지고 있다. 호주 연방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연 2.75%로 결정했다. 역대 최저다. 우리나라의 역대 최저 기준금리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유지된 연 2.0%다.
한은 측은 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에 당황하면서도 “금리는 금통위 결정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금통위원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치권에서 금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중앙은행에 상당한 부담”이라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중앙은행은 이에 합당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3-05-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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